2010년 영국의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비장한 소식 하나를 전했다. “인쇄판 사전 시장이 연간 수십 %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제3판은 인쇄판 대신 온라인판으로만 낼 계획입니다.” 120여 년 역사를 자랑하던 옥스퍼드 종이사전에 종말을 고한 셈이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국어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판 외에도 온라인 사전인 <우리말샘>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말샘은 국민 누구나 참여해 새로운 말을 올리고 설명을 달 수 있는, 쌍방향 개방형 사전이다. 이와 관련해 국어사전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하나. 우리말샘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수많은 말이 올라 있다. 이걸 보고 “사전에 나오는데, 써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규범어가 아니다. 아직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험상 그중 상당 부분은 시일이 흐르면서 사라질 말들이다. 단어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간 광범위성을 비롯해 계층 간/세대 간 통용성, 지속성, 품위성 등 여러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상의 ‘오픈사전’류에서 볼 수 있는 말은 공인된 ‘단어’가 아니므로 단순 참고용으로만 봐야 한다.
‘^’는 한글맞춤법의 부록 문장부호 규정에도 없는 표시이다. 물론 이름도 정해진 게 없고 대개 삿갓표라고 불린다. 이 표시는 띄어쓰기를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합성어의 어형성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가령 ‘대륙간탄도유도탄’이란 말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대륙^간^탄도^유도탄’으로 나온다. 즉 이 말이 ‘대륙+간+탄도+유도탄’이 결합해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를 띄어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말은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정(맞춤법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고유명사류와 전문용어 역시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통상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돼 붙여 쓰게 된다(맞춤법 제49~50항). 결국 띄어 쓰는 게 원칙, 붙여 쓰는 것도 허용이란 뜻이다.
이런 정신은 고유명사로 볼 수 있는 ‘국군의날’ ‘붉은악마’ 같은 말을 붙여야 할지, 띄어야 할지 곤혹스러울 때도 적용된다. 우리 맞춤법에서는 이 경우 둘 다 가능한 것(‘국군의 날/붉은 악마’ 원칙, ‘국군의날/붉은악마’ 허용)으로 해 놓았다. 원칙을 살리면서 언중의 편의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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