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인상·15년내 내연車 퇴출"…文 '탄소중립' 청사진 나왔다

입력 2020-11-23 12:00   수정 2020-12-03 00:32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국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이 나왔다. 경유세를 인상하고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0'으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첫 청사진인 셈이다. 다만 수송·산업·발전업계 등에 타격이 불가피해 파장이 예상된다.
경유세 인상될까
23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장기 국민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기구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 역할을 맡고 있다. 위원장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다.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에는 비전?전략, 수송, 발전, 기후?대기 등 4대 분야 8개 과제가 담겼다.

먼저,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을 제안했다.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 간 상대가격을 2018년 기준 100:88에서 100:95 혹은 100:100으로 단계적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에너지세제 개선, 유가보조금 개선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경유세 인상을 의미한다.

문제는 경유세 인상은 경유 화물차를 이용하는 운송업 자영업자 등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몇 차례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다가 백지화했던 이유다. 앞서 2018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 조끼 시위' 역시 경유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또 2035년 혹은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또는 무공해차만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이때 대기오염 유발 정도가 심한 경유차는 우선적으로 국내 신차 판매를 제한을 검토하도록 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신산업 전환 촉진을 위해 해외 각국에서는 내연기관차 퇴출에 나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국도 비슷한 시점에 내연기관차 퇴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생산 및 고용에서 워낙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완성차, 부품 등 자동차 산업 직·간접 고용인원은 190만명에 달한다. 한국 총 고용인원의 7% 수준이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이 적게 들어가고 관련 일자리도 줄어들게 된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근로자들이 최근 부분파업에 돌입한 배경도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축소 우려 때문이다.
脫석탄부터? 脫원전 로드맵 수정하나
'탈(脫)석탄' 시점도 담겼다. 2045년 혹은 그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0%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석탄발전 비중은 40.4%였다.

석탄발전을 급격하게 줄이려면 탈원전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탄발전은 국내 발전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가 기저발전원에 해당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측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믹스를 구성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들의 퇴로를 어떻게 열어줄 것인지도 쟁점이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 포스파워 1·2호기는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설계수명 30년만 잡아도 2054년까지 가동한다고 가정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주체도 발전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설계 수명은 최소한의 사업 기간"이라며 "이조차 못 채우게 한다면 손실 보전 방안 등 관련 제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요금에 환경비용과 연료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50% 이상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일반가정뿐 아니라 산업계도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전기요금 인상은 제조업 등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환경 관련 각종 위원회 통폐합해야"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적 체질개선도 촉구했다. 한·중·일 동북아 미세먼지-기후변화 공동대응 협약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통합연구기관을 설치하고 동북아 미세먼지 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도 담겼다.

또 현행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10~20년 주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2030년 감축목표를 현행 대기환경기준이자 세계보건기구(WHO) 잠정목표 3단계 수준인 15㎍/㎥로 설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목표 농도는 20ug/㎥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등 기후·환경 관련 각종 위원회들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①지속가능발전목표 내재화, ②녹색경제?사회로의 전환, ③2050 탄소중립을 3대 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탄소중립 녹색경제·사회로의 전환'을 국가비전으로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현행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녹색전환기본법(가칭)'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1차 제안, 정책으로 현실화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정책제안 내용을 정부가 반드시 수용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공론화를 통해 마련한 정책제안인 만큼 관계부처로서는 큰 압박이 된다. 앞서 지난해 9월 1차 중장기 정책제안에 담긴 미세먼지 고농도 계절(12~3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은 정책을 통해 일부 현실화됐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측은 "이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위해 1년간 100여 차례에 걸쳐 분야별 전문위원회·포럼을 거쳤다"며 "5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예비·종합토론회를 통해 제안 내용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제안을 의결·확정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책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UN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이행방안을 담은 2050 중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를 UN에 제출해야 한다.

반기문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2050년 탄소 중립을 향한 첫 걸음에 동참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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