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를 완주하고 겨울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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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4 15:25   수정 2020-11-24 18:41

晩秋를 완주하고 겨울을 마주하다


가을이 아쉬운 인사를 한다. 남은 서정을 느끼고 싶다면 전북 완주만 한 곳이 없다.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대둔산에서 남은 가을과 작별하면 어떨까. 천년고찰 화암사도 둘러보고 대아수목원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암괴석 즐비한 대둔산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대둔산은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대둔산(大屯山)은 한듬산을 한자로 만든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또는 덩이의 뜻을 일러 큰두메산, 큰덩이산을 뜻한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이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은 수석의 보고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 돌고 돌더라도 오르락내리락하기보다는 가파른 비탈길이 심한 곳이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정상 부근에 있는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여기서 삼선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 화암사
불명산 자락에 있는 화암사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사찰로 세월의 흐름을 멋지게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명산에 숨어있듯 묻혀있기 때문에 사찰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시인 안도현은 “나 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라고 했다.

화암사는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유명하다. 화암사 극락전은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극락전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이나 1605년(선조 38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극락전 역시 맞배집으로 현재 중국이나 일본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단 하나의 하앙구조 건물이다.

화암사는 우화루와 극락전이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동서로 마주 바라보고 서 있는 입구(口)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극락전 왼쪽에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라는 철영제가 있고 적묵당 뒤편에는 산신각 우화루 옆에 명부전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재생 공간인 산속등대
자연 속에서 전시 교육 체험 공연 등 문화향유를 한번에 할 수 있는 곳, 산속등대다. 2019년 5월 9일 개관한 산속등대복합문화공간은 40여 년간 방치돼 온 종이공장의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재탄생한 도시재생 공간이다.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 있는 이곳은 제1, 2미술관, 체험관(어뮤즈월드), 아트플랫폼, 야외공연장, 모두의 테이블, 등대, 수생생태정원, 슨슨카페 등을 갖췄다.
BTS 뮤비 촬영지 오성한옥마을
오성한옥마을은 주변에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한 마을이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들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고즈넉한 옛 정취와 정겨움을 더해준다. 전통방식의 시골밥상과 부꾸미 등 먹거리와 마을안길 걷기 및 생태 숲 체험을 즐길 수 있고, 한옥스테이와 오스갤러리, 아원고택 등 느긋하게 머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로도 매우 인기다. 오성한옥마을은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50채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뤄져 있어 드라마나 광고촬영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신앙과 명상의 명소 천호성지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는 익산시와 경계인 천호산 자락에 자리한 신앙인들의 터전이다. 천호성지는 원래 고흥 유(柳)씨 문중 소유의 땅을 1909년 프랑스인 베르몽(1881~1967) 신부와 신자들이 매입해 전주교구에 봉헌했다. 이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명서, 손선지, 정문호, 한재권 등 4명의 성인과 주변 지역 순교자 7명의 유해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성지화되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뜻하는 천호(天呼)라는 마을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고 한다. 성지의 중심은 가장 최근에 세워진 부활성당이다. 성당 바로 아래는 가톨릭 성물박물관이다. 신해부터 신유, 기해, 병오, 병인박해까지 당시 천주교인들에게 형벌을 집행하기 위해 사용된 도구도 전시하고 있어 한국 천주교회 순교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바위성당까지 이어지는 전라북도 ‘아름다운 순례길’ 3코스(24.1㎞)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글·사진/완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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