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열기가 보험업계에도 옮겨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골프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자 ‘홀인원 보험’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다. ‘보험사기범들의 먹잇감’ ‘구색 상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홀인원 보험이 환골탈태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홀인원 보험 가입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발(發) 골프장 특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폭증하면서 보험 가입자 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올 1분기(1~3월)에 전년보다 88% 늘어나며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분기(4~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나 급증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야외 스포츠인 골프의 인기를 타고 골프장을 찾는 골퍼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홀인원 보험 가입자도 늘어난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쉽고 싸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때마침 쏟아져 나온 것도 홀인원 보험 가입자가 증가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레저보험이나 운전자 보험 등에 특약으로 가입한 사람까지 고려하면 홀인원 보험 가입자 증가는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홀인원 보험은 골프업계에서 ‘천덕꾸러기’로 불렸다. 홀인원 증서만 있으면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던 탓에 캐디, 동반자는 물론 앞·뒤팀 등과 짜고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 홀인원’이 빈번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들의 모럴해저드 때문에 손해율이 200% 넘게 치솟으면서 일부 회사가 홀인원 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며 “필요 경비를 한도 내에서 실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제도가 정비되면서 손해율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보험금은 그사이 정액 현금 지급 대신 실비 보상으로 개념이 달라졌다. 기념품 구입, 축하 만찬, 기념식수, 추가 라운드 등에 드는 비용을 골퍼가 지불한 뒤 영수증을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한도 내에서 보험사가 지급하는 구조다. 중복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250만원짜리 홀인원 보험 두 개를 가입한 뒤 홀인원 비용이 300만원 들었다면 각각 15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념 비용은 홀인원 이후 1개월 이내, 라운드 비용은 3개월 이내에 결제된 것만 보장한다”며 “홀인원 보험금을 받은 사람은 추후 가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평생 딱 한 번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셈이다.
보험 사기의 위험성에도 보험사들이 홀인원 보험을 유지하는 건 고객 수요가 꾸준하고, 골프 관련 상품 가입자 중 경제력 있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홀인원 보험은 경제력 있는 고객을 확보해 다른 보험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며 “홀인원뿐 아니라 골프장에서 입을 수 있는 상해와 장비 파손 손해 등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골프 관련 보험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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