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美 달러 비관론…"내년 20% 더 떨어진다"

입력 2020-11-27 17:07   수정 2020-11-28 03:17

미국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지난 3월 이후 주요국 통화 대비 10% 넘게 급락했지만 아직 하락세가 끝난 게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가에선 달러 가치가 내년에 최대 20% 폭락할 수 있다는 ‘달러 폭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훨씬 더 떨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국제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6일 91.96까지 하락하며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달러가 치솟았던 3월 19일(103.80)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11.4% 떨어졌다.

달러 약세의 최대 요인은 백신 보급이다. 코로나19 퇴치는 시간문제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백신 도착이 내년에 달러 슬럼프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정권 이양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당초 미 대선 이후 승자가 조기에 가려지지 않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충돌하면서 미국 사회가 내전 수준의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극단적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CNBC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에선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감소할 것”이라며 달러 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달러 가치 하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장의 관심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에 쏠려 있다. 씨티그룹은 미 달러 가치가 내년에 주요국 통화 대비 20% 폭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월가 투자은행 중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미 달러 가치가 1년 새 20%가량 떨어진 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WSJ는 씨티의 전망에 대해 “달러인덱스가 75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지난 20년간 2008~2011년 중 단 몇 개월간을 제외하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영역이라고 전했다. 씨티의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달러 가치는 역사적 저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ING도 내년에 달러 가치가 각각 6%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티안 뮬러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WSJ에 “달러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 듯하다”며 “투자자들이 그동안 미국 자산 비중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코로나19가 2, 3차 유행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도 변수다. 살만 아흐메드 피델리티인터내셔널 거시분야책임자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할 위험성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사회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엔 미국 성인의 72%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했지만 9월 조사에선 이 비율이 51%로 떨어졌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면 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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