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의 힘'…거액 초청료, PGA 삼키다

입력 2020-11-27 17:23   수정 2021-02-25 00:01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골프계 특급 스타들을 집어삼켰다. 상금보다 휠씬 큰 초청료의 유혹에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과 헐크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27·이상 미국) 등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등지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마스터스 우승자만 5명 출전
AP통신은 “존슨과 디섐보를 비롯해 필 미컬슨 등 상위 랭커들이 2021년 2월 개막하는 유러피언투어(EPGA) 사우디인터내셔널에 나간다”고 27일 전했다. 이 대회는 내년 2월 4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경제시의 로열 그린GC(파70)에서 열린다.

사우디판 ‘별들의 전쟁’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마스터스토너먼트 우승자만 다섯 명에 달한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존슨은 물론 미컬슨(2004·2006·2010년), 패트릭 리드(30·미국·2018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2017년)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디 오픈 우승자인 셰인 로리(33·아일랜드)는 물론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까지 출전한다. 여기에 이안 폴터와 저스틴 로즈, 토미 플리트우드, 티렐 헤튼, 폴 케이시(이상 잉글랜드),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 라이더컵 유럽 대표 7명이 나온다.

사우디인터내셔널이 열리는 기간에 PGA투어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을 개최한다. 피닉스오픈은 라운드당 10만 명 이상 입장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가 몰리는 대회다. 대회 상금도 730만달러로 사우디인터내셔널(35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특급 스타들이 막대한 상금을 포기하는 이유는 사우디인터내셔널에 출전하면 막대한 규모의 ‘거마비’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37억원 초청료에도 타이거 우즈는 불참
PGA투어는 대회 주최 측이 선수들에게 초청료를 지급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스폰서의 자금력에 따라 대회의 질이 천차만별로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PGA투어가 아닌 사우디 대회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대회 주최 측이 대회 상금에 최소 5배가 넘는 돈을 선수 초청료로 살포됐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창설된 사우디인터내셔널은 첫 대회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 대회에는 사우디 정부가 2018년 10월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하고 ‘이미지 세탁용’으로 여는 대회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스포츠 스타들이 사우디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고려해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300만달러(약 37억원)의 초청료를 제안받았어도 대회 출전을 고사한 이유다. 초대 우승자인 존슨은 당시 “골프를 하러 가는 것일 뿐 사우디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는 폴 케이시(잉글랜드)다. 인권 문제를 들어 불참을 고수하던 입장을 바꿨기 때문. 케이시는 작년 첫 홀 티샷만 해도 30만파운드(약 4억4000만원)를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출전을 거부했다.

케이시는 당시 “반정부 언론인을 암살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며 “유니세프의 후원을 받는 내가 초청료를 받고 사우디에 간다면 위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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