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1호점 영업 마지막날…코로나 삭풍에 비어가는 명동

입력 2020-11-30 14:37   수정 2020-11-30 14:38


30일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 매장이 영업 마지막 날을 맞았다. 한때 겐조·발망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컬렉션이 풀릴 때 마다 수백여 명의 대기열이 늘어서던 매장 앞에는 오가는 행인도 몇 없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H&M의 국내 1호점 폐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공실이 늘어나는 명동 상권의 한 단면이란 평가다.
10년 만에 문 닫는 H&M 1호점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H&M 명동 눈스퀘어점은 H&M이 2010년 국내에 진출하면서 연 첫 매장으로 그 상징성이 크다. 매장 앞에는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있었다.

매장 안에 들어가자 선반과 매대 곳곳에 붙은 할인 표시가 눈에 띄었다. 폐점을 앞두고 '재고 떨이'를 위해 구입 시 인근 '명동 중앙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 할인쿠폰을 제공한다는 알림이 행거마다 붙었다.

그러나 할인 혜택을 받으려는 고객은 만나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매장 1~4층을 오르내리며 40분간 만난 고객은 단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구매까지는 이어지는 고객은 1명에 그쳤다. 매년 초겨울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컬렉션을 사기 위해 개점 전부터 수백여명이 방문하던 매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H&M은 명동 눈스퀘어점 폐점에 대해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대신 인근 명동중앙길점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비어가는 명동 상가…명동길 초입부터 공실

명동은 서울 시내 입지 중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으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H&M 명동눈스퀘어점 매장까지 이어지는 명동길에는 초입부터 '임대' 공고를 붙인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대다수가 해외 관광객 급감으로 타격을 입은 화장품 로드숍 자리였다.

명동 지역 상인들은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며 내린 한한령(한류제한령) 이후 관광상권 1번지 명동이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올해가 특히 최악이라고 입을 모았다.

H&M 명동눈스퀘어점 인근 로드숍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방모씨(37)는 "H&M 명동 눈스퀘어점 폐점이 코로나19의 타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며 "명동에서 상징성 있는 건물인 눈스퀘어에 크게 입점한 매장인데 폐점한다니 아쉽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장모씨(23)는 "코로나19 여파로 거리가 더 한산해지면서 근무 중인 카페 사장님도 카페를 닫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강남, 홍대 등 다른 상권도 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명동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 많이 의존하는 상권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서 명동 소재 상가들은 비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9.9%를 기록했다. 한한령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16년 2분기(11.2%)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명동 거리의 소규모 상가들이 두드러지게 비어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 2분기 0%에서 3분기 28.5%로 치솟았다. 소규모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어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공실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도 쇠락을 체감하고 있었다.

명동 거리를 지나던 방모씨(33·여)는 "'명동에는 없는 게 없다'는 말도 옛말"이라며 "이러다가 외국인들 관광책자에서 '쇼핑 메카 명동'이라는 말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여기저기 문을 닫아 유령상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경/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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