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주52시간 폭탄 맞는 中企…"한달 뒤 범법자 되거나, 문 닫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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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30 17:34   수정 2020-12-09 19:29

끝내 주52시간 폭탄 맞는 中企…"한달 뒤 범법자 되거나, 문 닫거나"


“범법자가 되느니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추가 계도기간 없이 내년부터 300인 미만(50인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반응이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 재무상태와 근로여건이 취약한 많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무방비로 주 52시간제에 맞닥뜨려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계는 조선, 건설, 뿌리, 전시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이면 중소기업은 물론 전 산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논평을 내고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는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경영난 극복에 여념이 없는 중소기업에 큰 혼란을 주고,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계도기간 종료를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뿌리기업부터 수주산업까지 ‘직격탄’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건비 폭탄’ ‘구인난’ ‘매출 감소’ 등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인 주조(주물)·금형·용접·표면처리(도금)·열처리 등 뿌리기업들은 인력난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뿌리산업은 외국인 고용 비중이 높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이뤄지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30~40%대까지 급감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뿌리기업 상당수가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며 “주 52시간제가 도입돼도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업종 특성상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는 곳은 비상이 걸렸다. 김귀동 한국선박수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선박수리업종은 수주가 몰리면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철야와 휴일작업을 다반사로 한다”며 “국내 수리조선업 1991개 회사 중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이는 조선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 4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수리조선업을 넘어 조선산업이 해외 수주를 따올 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은 투잡족으로 내몰려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코앞에 둔 대구·경북지역의 한 열처리 회사에선 생산직 근로자들이 ‘투잡’ 구하기에 분주하다. 월급이 100만원 이상 깎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남지역에서 자동차 차체를 제조하는 부품업체 C사는 지난 30년간 좋았던 노사 관계가 최근 살얼음판이다. 주 52시간제 때문에 특근·야근수당이 사라지면서 직원이 받는 월급여 실수령액이 100만원 가까이 줄어들게 돼 노조가 파업을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 후 기존 52시간 초과 근무자의 월급은 근로자 수 30~299명 기업의 경우 평균 318만원에서 12.3%(39만원) 줄어들고, 5~29명 기업의 경우 260만원에서 12.6%(32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 평균 월급은 501만원, 중소기업은 231만원으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2.2배에 달하는데 앞으로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기회 놓칠 수도”
주 52시간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경기가 상승할 때 중소기업의 매출 회복을 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는데, 한국만 그런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은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분야의 폐업이 느는 것은 물론 창업이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끊어지고, 제조 강국인 한국의 ‘제조 생태계’가 쇠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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