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김치 주권'과 '김치 르네상스'

입력 2020-11-30 17:59   수정 2020-12-01 00:15

한국인이 ‘세 살부터 여든 이후까지’ 즐기는 김치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발효식품의 건강 효과가 서구인의 관심을 끌자 일본이 재빨리 수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치의 일본식 발음인 ‘기무치’가 유명해졌고, 김치 종주국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가 2001년 한국의 ‘김치(kimchi)’를 공인함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19년 전에 끝난 이 문제를 최근 중국이 다시 들고 나왔다. 민간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자국의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를 국제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우리가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는 주장을 폈다. ISO가 “해당 식품 규격은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중국의 민족주의 성향 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 김치 소비량의 35%를 차지하는 수입 김치 중 99%가 중국산”이라며 ‘김치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보도했다. 역사적인 사실마저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야욕이 한복·판소리·아리랑에 이어 ‘김치 주권’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우리의 김치 수입량을 내세우며 한국 김치를 조롱했지만,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은 날로 급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를 보면 올 1~9월 김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증가한 1억850만달러어치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대상국도 82개국에 이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산 김치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도 ‘김장 가구’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김치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번거롭게 해 먹는 대신에 농촌 곳곳의 김치축제와 체험프로그램을 찾아 전통 김장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이런 현상을 ‘김치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했다. 김치 재료 하나하나(11)가 스물두 가지(22)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다. 중소기업계와 김치 생산업체들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설비 현대화에 나서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셋’은 한국의 평균수명이 긴 원인을 김치 위주의 식생활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의학계의 이 같은 평가는 ‘김치 주권’의 토대가 튼실해야 이어질 수 있다. 그 위에서 진정한 ‘김치 르네상스’의 꽃도 피어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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