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정원법 단독처리…'입법독주'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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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30 17:27   수정 2020-12-01 02:16

與, 국정원법 단독처리…'입법독주' 신호탄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30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오는 9일 본회의에서 국정원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시킨 뒤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등 쟁점 법안들도 이달 임시국회를 열어 연쇄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의 입법독재가 시작됐다”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수적 열세 때문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당 불참 속 국정원법 처리
국회는 30일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대공·대정부 전복 등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 행위를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이와 관련한 국정원의 수사권도 없앴다. 이 같은 국내 대공수사권 폐지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국정원은 대신 직무 범위에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 침해에 대한 정보 수집 행위’(4조 1항)를 새로 넣었고,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정보의 조회·확인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5조1항)도 확보했다. 여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국정원 측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공수사권 폐지로 상당 기간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하태경 의원)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김병기 의원)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당이 법안을 단독 심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정보 제출 권한 등에 대해 “국정원 권한이 오히려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장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국가기관과 그밖의 관계기관·단체 등에 요청한 자료 제출 등 협조·지원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광범위한 자료를 요청할 실질적인 권한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차관급)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질서 교란 행위만 해도 그 대상이 무척 광범위해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다”며 “국정원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여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국정원법은 공수처법,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 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법제사법위원회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고위공직자의 주식 관련 이해충돌 규제를 강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50여 개 법안을 처리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포함한 중점 법안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재계 “기업규제 3법도 강행 처리하나”
기업규제 3법 등 다른 쟁점 법안 처리에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지난 20일 개혁·공정·미래·정의 등 4개 분야 15개 법안을 미래 입법과제로 발표하면서 “연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중 공수처법, 국정원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조짐을 보이자 거대 여당의 ‘입법독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로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쟁점 법안을 잇따라 밀어붙이는 것은 부담이라는 비판 여론 때문이다.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법안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 상황도 이런 쟁점 법안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과 대선 후보로 새로 부상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지율 등 당내 정치 지형도가 쟁점 법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과 입법 현안 등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좌동욱/이동훈/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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