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反中전선' 참여 압박 노골화…"韓 발전에 美 기여 잊어선 안돼"

입력 2020-12-02 15:52   수정 2020-12-02 16:03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2일 “많은 이들이 중국이 한국의 교역 1위 국가라고 말하면서도 미국이 2위인 점은 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을 택하는 한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퍼 부차관보는 2일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소비재부터 항공기 등 한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국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2위 국가이기도 하다”며 “미국의 대(對)한국 투자 비중은 전체 외국인 투자의 15%인데 중국은 겨우 3%”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미국의 투자 비중에 비해 “견줄 수 없다”며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안보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도 강조했다.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이라 주장하는 6·25전쟁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공군의 공격에 맞선”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서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며 한·미 동맹을 ‘혈맹’이라 표현했다.

내퍼 부차관보의 이날 대중(對中) 견제 발언은 이례적으로 수위가 높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관료들의 중국 견제 발언은 안보 분야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내퍼 부차관보가 미·중 양국과 한국의 교역 규모를 직접 비교하며 한국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소위 ‘안미경중’으로 대표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에 참여를 안 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차원이라는 것이다.

내퍼 부차관보는 앞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정세협의회(WAC)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도 중국에 대항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호주 군인이 어린 양을 붙잡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목에 피묻은 칼을 들이댄 합성 사진을 올린 사례를 언급하며 “완전한 거짓이자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일본, 다른 나라와 함께 중국의 나쁜 행위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임에도 미국 외교 정책이 이미 ‘바이든식(式)’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한 통상을 하고 관세를 부과한다며 ‘무역’ 중심의 대중 압박을 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중심의 압박을 예고했다.

이날 내퍼 부차관보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한·미·일이 공통된 분모를 토대로 특별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다룰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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