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로나 수능'에 수험장 교문 앞에서 펼쳐진 풍경들

입력 2020-12-03 09:31   수정 2020-12-03 10:37


3일 오전 7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장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 앞. 매년 후배들의 응원 열기로 시끌벅적하던 교문 앞은 이날 조용한 분위기였다. 20여명 정도의 학부모만 차에 내려 시험장으로 향하는 자녀를 배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능 응원 열기를 짓누른듯했다.
'첫 코로나 수능' 사라진 후배들의 수능 응원
수험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체감온도 영하 4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대비해 보온병, 무릎담요 등 방한용품을 챙겨 들어갔다.

“떨지말고 시험 잘 봐”, “우리 아들 그동안 고생 많았어” 학부모들은 포옹을 하고 등을 두들기며 시험을 앞둔 자녀를 격려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정문 담장 너머로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고3 자녀를 둔 윤모씨(53)는 “코로나19로 일 년 내내 수험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걱정된다” 며 “준비한대로만 시험을 잘 치르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서울고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서초구 상문고 앞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수험생 격려가 이뤄졌다. 학교 앞 4차선 도로는 수험생을 데려다주는 학부모들의 차로 북적여 경찰 인력 대여섯명이 교통을 통제하기도 했다.

‘첫 코로나 수능’인 만큼 수험생 입장은 까다로웠다. 정문 앞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었다. 입장은 '마스크확인 → 손 소독 →1차(비접촉식)·2차(열화상 카메라) 발열검사' 순으로 이뤄졌다.


교문 앞에선 감독관 두 명이 수험생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했다. 한 부모가 수험생과 학교 안에 들어가려고 하자 출입을 제지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한 부모는 여분의 마스크 3~4개를 자녀에게 건냈다.

서울고 시험장에 자녀를 들여보낸 권모씨(51)는 “긴장하지 않고 실력대로 잘 치를 거라 믿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있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경찰차 타고 '헐레벌떡' 입실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손목시계를 파는 상인 외에 외부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자가용과 택시에서 내리는 수험생 가족들, 친구들만 보였다. 가족들은 보온병, 도시락, 수험서 등이 든 가방을 챙겨주며 포옹하거나 응원의 말을 전했다.

수험생 딸을 배웅하고 30분 넘게 교문 앞에서 서 있다가 자리를 뜬 양모씨(47)는 “첫째 딸에 이어 두 번째 딸 수능인데 더 떨린 것 같다”며 “혹시나 해서 아이가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해주려고 기다리다 간다”고 했다. 이어 “소화가 잘 되라고 된장국, 장조림, 계란말이 등을 도시락으로 준비해줬다”고 했다.


입실 완료 시각인 오전 8시 10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8시 10분께 지구대 순찰차를 탄 한 수험생이 급하게 가방을 챙기며 고사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러 온 친구도 있었다. 한의대를 준비하는 13년 지기 친구를 배웅하러 나온 김여련씨(29)는 “도시락을 싸주고 택시도 함께 타고 왔다”며 “친구의 새로운 도전에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근무를 하다가 끝날 시간에 맞춰 마중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이하영씨(19)와 친구들은 다시 수능을 치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위해 일일이 이름을 쓴 피켓을 들고 친구들을 응원했다. 친구들이 수험장에 들어갈 때 마다 ‘떨지 말고 간식 잘 챙겨먹으라’는 말과 함께 친구를 꼭 안아줬다. 이 씨는 “작년에 수능칠 때만 해도 응원으로 떠들썩한 분위기였는데 이번엔 ‘코로나 수능’이라 그런지 썰렁하다”고 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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