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원룸 임대인들 "빌딩 건물주나 잡지…우리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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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3 13:44   수정 2020-12-03 13:46

생계형 원룸 임대인들 "빌딩 건물주나 잡지…우리는 왜"

“빌딩 가지고 임대사업하는 부자들 세금이나 올리면 되잖아요. 우리 같이 조그만한 원룸 월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왜 자꾸 규제책을 들이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정부가 나서서 원룸 임대까지 한다니 우리보고 망하라는 이야기인가요?”(성북구 안암동 A원룸 주인 70대 김모씨)

원룸·빌라 등을 세놓아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전세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연일 임대인(집주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정부가 ‘호텔 공공임대'를 통해 1~2인 가구를 위한 월세 주택 공급에 들어가면서 일선 원룸 임대업계에서는 “임대사업자를 비롯한 임대인(집주인)에 대한 채찍만 들이대더니 경쟁 부담까지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임대사업자 규제에…"생계형 임대인 적폐 취급하나" 볼멘소리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혜택을 줄이고 세부담을 늘리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영세 임대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룸에서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이른바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이다. 이러한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기도 어렵다. 대학가 원룸의 경우에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수요 자체가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장인에게 전세로 돌렸던 물건들은 임대차법 시행과 함께 4년 계약으로 묶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임대사업자 혜택을 대폭 축소한 이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록임대주택 등기 추가기재 의무화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입자에게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차 정보 열람권을 부여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임차인이 임대주택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임대주택 등기에 등록임대주택임을 부기(추가기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들은 각종 세제 감면을 받는 조건으로 소유한 임대주택에서 정해진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보장하고 임대료 증액도 5% 이내로 제한하는 의무를 져야한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의 정보 열람 권한을 넓히기 위해 부기등기뿐 아니라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선순위보증금 현황 등 권리 관계 정보제공 의무를 더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10일 이후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앞서 7·10 대책에서 정부는 장기임대사업자의 의무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와 4년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다. 집주인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유세 부담까지 높아진 터였다.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정부는 대놓고 임대인은 억누르고 임차인 편만 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작구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유모씨(71)는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은퇴 후 별도의 고정 수입이 없는 영세사업자로 월세를 받아 근근히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가 줄어든 원인은 정부가 만들어 놓고 왜 임대인들을 적폐 취급하냐”며 “각종 규제로 사업하기 어렵게 만들고 왜 임차인과 편가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증가한 전국 등록 임대주택 6만2000가구 중 74.2%인 4만6000가구가 단독·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다. 1분기 신규로 등록한 임대주택(4만1000가구)의 87%(3만5000가구)는 공시가격이 6억원을 밑도는 중저가 주택으로 조사됐다.
호텔 공공임대 나오자…"빌라 공실 넘치는데"
정부가 지난 19일 전세대책으로 기존 오피스나 숙박업소를 개조해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자 영세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은 더 커졌다. 영세 임대사업자들이 내놓은 원룸들의 수요층인 1~2인 가구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호텔 공공임대를 두고 "비싼 빌딩이나 강남 아파트로 세수입을 얻는 자산가들은 잡지도 못하면서 근로소득 없이 월세로 먹고 사는 영세 임대사업자들은 줄도산시킬 계획이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는 정부가 관광호텔을 사들인 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공급한 사례가 나왔다. 관광호텔 '리첸카운티'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숙사로 용도 변경한 뒤 122실 규모의 주거시설로 리모델링한 '안암생활'이 다. 정부는 향후 2년간은 다세대, 빈 상가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 11만41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 신촌에서 다가구주택 한 채를 매입해 임대를 놓고 있는 양모씨(64)는 “전세대란 피해층인 3~4인 가군데 왜 1인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해 영세 임대사업자만 죽이는 정책을 펼치는 지 모르겠다”며 “그간 세 들어 사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월세도 몇년째 안올렸는데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면 앞으로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3년전 남편과 사별한 뒤 나온 사망보험금과 모아둔 돈을 털어 넣어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이 다가구주택으로 매달 200만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양씨가 보유한 S원룸 8가구 중 2개는 전세, 나머지 4개는 월세로 돌리고 있는데 월세의 임대료는 50만~60만원이다.

전세난이 3~4인 가구 규모의 아파트에 집중돼 있는데 정부가 해결책으로 다가구·빌라 등을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전세 주택으로 총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소득 기준 없이 모든 무주택가구가 대상이며, 경쟁이 벌어지면 무작위 추첨방식으로 공급된다.

빌라에는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임대주택 공가현황(8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SH공사가 다가구·원룸으로 확보한 매입임대 물량은 총 1만9409가구로 그중 1만5555가구가 입주했다. 이 중 공실로 남는 가구만 3854가구로 전체 물량 대비 19.5%에 달한다. 5곳 중 1곳이 공실인 셈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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