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명 사망' 네팔 반정부 시위로 사임한 전직 총리 체포(종합)

입력 2026-03-29 21:31  

'76명 사망' 네팔 반정부 시위로 사임한 전직 총리 체포(종합)
신임 총리 취임 하루 만에 옛 장관들도 줄줄이 구금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해 9월 네팔에서 70여명이 숨진 이른바 'Z세대 반정부 시위'로 자리에서 물러난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당시 진압 과정에서 저지른 과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AP·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전날 올리 전 총리를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체포했다.
그는 지난해 대규모 폭력 사태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잇따른 시위대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네팔 경찰은 또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명령한 라메시 레카크 당시 내무부 장관도 체포했다.
진압 장비를 착용한 네팔 경찰관들은 체포한 이들을 카트만두 경찰서로 이송했다. 올해 74세로 과거 신장 이식 수술을 2차례 받은 올리 전 총리는 이후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체포는 발렌드라 샤(35·일명 발렌) 네팔 신임 총리가 지난 27일 취임한 지 하루 만에 진행됐다.
지난해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이다)의 설립자인 수단 구룽 내무부 장관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들의 체포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이는 누군가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정의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올리 전 총리가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발렌 신임 총리 관저 인근에 모여 항의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새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타이어에 불을 질렀고, 최루탄을 쏘면서 곤봉으로 진압한 경찰관들과 몸싸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다쳤으며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올리 전 총리의 변호인은 이번 체포가 도주할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돼 불법이라고 강조했으며 올리 전 총리가 속한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도 정치적 복수라고 주장했다.
최근 네팔 반정부 시위 조사위원회는 올리 전 총리를 비롯해 레카크 전 장관과 찬드라 쿠베르 카펑 당시 경찰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당국에 권고했다.
조사위는 올리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 첫날 19명을 숨지게 한 발포를 막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전반적 책임을 지고 있던 레카크 내무부 장관도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네팔 경찰은 이날 디파크 카드카 전 에너지부 장관도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했다.
구룽 장관은 그가 지난해 시위 기간 자택에서 발견된 자금과 관련한 수사로 구금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시위대는 카드카 장관 자택에 불을 질렀고, 집 안에서 발견된 현금을 공중에 뿌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됐다.
네팔에서는 지난해 9월 정부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SNS)의 접속을 차단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인 Z세대가 대거 시위에 가담하면서 수도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올리 당시 총리와 일부 장관들이 사임했음에도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총리 자택 등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은 더 악화했다.
시위 과정에서 76명이 숨지고 2천300여명이 다쳤으며 사망자들 가운데 30여명은 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 피해액은 5억8천600만달러(약 8천650억원)에 달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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