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기독교 성지 성묘교회에서 당국의 제지로 미사가 열리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청과 프란치스코회 성지관리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라틴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과 프란체스코 이엘포 신부가 종려주일 미사 집전을 위해 교회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스라엘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공식 행렬에 속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총대주교청과 성지관리소는 공동성명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성묘교회에서 성지주일(종려주일) 미사를 집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수세기 만에 처음"이라며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전세계 수십억 명의 감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이어 "추기경과 성지관리인의 출입까지 막는 것은 명백하게 부당하고,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하루 전 안전상 이유로 성묘교회 출입이 승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했다는 입장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비난이 일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스라엘 경찰의 행동이 "신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예루살렘 성지의 현상유지를 침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도 "추기경의 출입이 막힌 것은 유감스러운 월권 행위"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이에 이스라엘 경찰은 "군 지침에 따라 구시가지 내 모든 성지에서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 대해 생명 보호를 위한 제한이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으며, 구시가지도 여러 차례 표적이 돼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서쪽 벽'(통곡의 벽), 성묘교회, 알아크사 모스크 등 여러 종교의 성지가 모두 폐쇄된 상태다.
다만 이스라엘 경찰은 조만간 피차발라 총대주교와 만나 종교활동과 안전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별도 성명에서 "지난 며칠간 이란이 예루살렘에 있는 세 종교의 성지를 탄도미사일로 반복적으로 공격했다"며 "경찰이 피차발라 추기경의 안전을 특별히 고려해 미사 집전을 막은 것이지, 악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세계 기독교인들이 부활절을 앞둔 주간을 신성하게 여기는 것을 고려해 당국은 향후 며칠간 교회 지도자들의 성지 예배를 가능하게 하도록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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