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수명 줄이는 활성산소…'정화막'으로 없애는 기술 나왔다

입력 2020-12-04 17:38   수정 2020-12-04 23:51

혈액 속에 활성산소가 많이 쌓이면 각종 염증이 생기고 나아가 암까지 유발된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쓸 것으로 기대되는 2차전지도 마찬가지다. 충·방전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면서 효율과 수명이 동시에 떨어진다. 활성산소를 없애기 위해 사람이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2차전지에도 비타민 같은 항산화 소재가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김동완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리튬산소 전지의 효율 저하 원인인 활성산소 제거 기술을 확보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산소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재인 흑연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한 전지다. 리튬이온과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리튬이온 전지보다 이론상 용량이 10배 이상 크다. 음극의 흑연 공간 만큼 에너지 추가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연구개발(R&D)이 치열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리튬이온 전지는 ㎏당 에너지 밀도가 최대 350와트시(Wh)로 대용량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리튬산소 전지도 단점이 있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금속 찌꺼기(덴드라이트)가 전극에 달라붙고 활성산소가 생기면서 2V가량의 과전압이 일어나 수명이 떨어진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여러 소재가 개발되고 있으나, 소재를 넣으면 다른 엉뚱한 부산물(탄산리튬 등)이 생기는 게 문제였다.

연구팀은 활성산소를 잡아 없앨 수 있는 불용성 유기게르마늄을 10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선 모양으로 꼬아 합성했다. 활성산소와의 접촉 면적을 넓혀 정화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 나노선 가닥을 탄소 섬유막에 성장시켜 ‘활성산소 정화막’을 만들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를 “세계 최초의 고체형 활성산소 정화제”라고 했다. 이렇게 제작된 전지의 충·방전 시 과전압은 0.06V로, 리튬산소 전지에서 통상 발생하는 과전압(2V)의 3%에 불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및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분야 학술지 ‘ACS나노’에 실렸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2016년부터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칼슘이온 전지’를 실험실 수준에서 제작했다.

2차전지는 이온이 전자와 함께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충·방전이 일어나는데, 이때 이동하는 전자의 수와 양극재 특성에 따라 배터리 용량과 전압이 결정된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2차전지 양극재 확보에 국내 기업들이 사활을 건 이유다.

리튬은 이온당 한 개의 전자를 끌고 다니지만, 칼슘은 두 개를 끌고 다닌다. 이론상 용량이 2배다. 리튬보다 지구에 풍부한 원소인 칼슘을 이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칼슘은 이온의 크기가 커서 전극에 큰 구조적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양극재 설계가 어렵다.

홍승태 D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X선 회절기법을 이용해 칼슘이온이 전극에 삽입된 후 전자밀도 변화를 추적해 칼슘이온 전지에 적합한 양극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칼슘이온 전지에서 작동하는 고전압 양극소재를 처음 제시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000~2012년 LG화학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근무하며 2차전지를 개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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