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성폭력 가해자 무관용 원칙"…'뒷북 대응' 논란

입력 2020-12-08 15:38   수정 2020-12-08 15:47


외교부가 별도의 재외공관용 성비위 지침을 만들고 관련 사건 발생시 해당 공관이 아닌 본부가 대응하기로 했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성과·인사 등급에서 최하위를 부여한다.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성비위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훈령을 전면적으로 제·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발표했다. 외교부는 그동안 준용됐던 본부 지침이 아닌 재외공관에 적용되는 성비위 지침을 별도로 제정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재외공관장의 판단하에 사건이 묻혀 사각 지대가 생기는 것을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취지다. 재외공관장이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재외공관에서 성비위 사건이 접수되면 지정 고충상담원은 본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재외공관의 자의적인 판단과 처리가 아닌 본부의 지휘를 통해 체계적으로 피해자 보호 원칙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사건이 접수되면 즉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재택 근무 등으로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해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등 사건 처리 전 과정에 걸쳐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외교부 내에 설치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민간 위원도 늘렸다. 기존 위원회는 내부 위원 3명과 전문가 등 외부 위원 3명으로 총 6명이었지만 외부위원을 2명 추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성비위 가해자는 징계와 별도로 성과등급과 인사등급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게 된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성비위 징계 처분시 성과 등급에서만 최하위 등급을 부여해왔다. 징계 요구시에는 과거 유사 징계 전력도 고려하기로 했다. 사후 처벌 뿐 아니라 사전 예방 조치도 확대했다. 본부와 재외공관 전 직원 대상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의 횟수와 시간은 기존의 4배로 대폭 늘어난다.

외교부가 잇단 외교관 성비위 사건에 따른 여론 악화와 국가인권위 권고로 인해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터진 성희롱 사건은 한국과 뉴질랜드 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인권위는 당시 피해자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외교부에 재외공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조사 및 구제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외교부는 이번 지침 마련이 인권위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던 현지인 행정직원은 외교관 A씨가 2017년 말 대사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고 현지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지난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관련 수사를 시작했고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8월 보직 없이 본부 근무 발령을 받고 귀국한 상태지만 당시 외교부가 A씨에 대해 내린 징계는 감봉 1개월이 전부였다.

한편 뉴질랜드 경찰은 8일 A씨에 대한 인도를 요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0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피해자와 사인중재 협의를 진행했고 우호적으로 상호 합의에 도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외교 무대 이슈로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신속하게 처리되는 것이 본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지침 개정에 대해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개선을 계기로 성비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하에 엄중한 조치를 강력히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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