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못견뎌"…머스크, 캘리포니아 떠났다

입력 2020-12-09 17:20   수정 2020-12-10 02:18

세계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제2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로 이주했다.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실리콘밸리가 기업 규제와 관료주의로 물들었다고 비판하면서다. 미국 내 50개 주(州) 가운데 가장 높은 소득세율도 세계 두 번째 부자인 머스크를 이주하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25년 만에 ‘혁신 성지’ 떠난 머스크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에서 내 시간을 아주 잘 쓴 것은 아니었다”며 최근 텍사스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그가 텍사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과학 연구를 위해 설립한 ‘머스크재단’ 주소지를 텍사스로 옮기면서 이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자신이 직접 공개한 건 처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18세이던 1989년 미국에 첫발을 디뎠고, 1995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둥지를 틀었다. 테슬라 본사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자리잡고 있다.

머스크는 기업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며 캘리포니아주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스포츠팀 같다”며 “주 정부가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큰 삼나무 숲에선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며 “주 정부는 혁신가들을 훼방놓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앞서 머스크는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조치를 놓고 주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다른 주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경쟁사들이 속속 공장 가동을 재개한 가운데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완성차 회사인 테슬라만 공장을 돌리지 못하자 지난 5월 트위터에 “본사를 텍사스나 네바다로 옮기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율 낮은 곳으로 기업들 ‘엑소더스’
높은 소득세율이 머스크의 탈(脫) 캘리포니아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는 2018년에만 500억달러(약 54조20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았고 아직 행사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캘리포니아 주민인 채로 옵션을 행사할 경우 엄청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 최고 세율로 악명이 높다. 개인 소득세율은 최고 13.3%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온 뉴저지(10.75%), 미네소타(9.85%), 뉴욕(8.82%)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텍사스를 비롯해 네바다, 플로리다, 워싱턴, 알래스카 등에선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후 낮은 세금을 좇아 본사를 옮기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얼마든지 가능한 마당에 많은 세금을 내면서 특정 지역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HPE는 2015년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HP에서 분리된 회사다.

유명 벤처사업가 조 론스데일이 설립한 ‘8VC’와 클라우드 업체 드롭박스도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긴다. 캘리포니아의 주 법인세율은 8.84%(단일 세율)인 데 비해 텍사스에선 ‘제로’이기 때문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핵심 조직인 자산운용 본부를 플로리다 또는 텍사스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내년에 본사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길 계획이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칼 아이컨과 폴 튜더 존스, 데이비드 테퍼 등은 이미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에서 자금을 굴리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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