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등 11명 "임철호 항우연 원장 해임 철회하라"

입력 2020-12-10 18:43   수정 2020-12-10 20:42


임기가 한달여 남은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시진)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해임 처분에 정부출연연구소 전 원장 11명이 "철회하라"고 나섰다.

김승조·이주진·최동환·장근호·홍제학 전 항우연 원장, 안동만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원장, 박화영·최태인 전 기계연구원 원장, 양명승 전 원자력연구원 원장, 이규호 전 화학연구원 원장, 이태식 전 건설기술연구원 원장 등 11명은 10일 "임철호 원장에 대한 과기부 감사관실 해임처분을 철회해달라"는 탄원서를 과기부에 제출했다.

2013년 1월 나로호 3차 발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김승조 전 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항우연은 다른 출연연과 달리 소수의 초대형 과제에 다수의 인원이 모여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체제"라며 "단일 대형 과제의 사이클 특성 때문에 유휴인력이 수시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유휴인력을 (발사체 사업단이 아닌)다른 사업단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 원장이 연구원 전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매트릭스형 R&D 체계를 도입하고 조직개편을 시도했는데, 발사체 사업단의 몇몇 보직자들이 반발해왔고 (임 원장이) 그들을 설득하려는 여러번의 시도 가운데 술자리에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등 재사용 가능한 고효율 저비용 발사체가 등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우주산업에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항우연도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시대의 기술만 바라보는 현 발사체 사업단 보직자들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력을 육성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산하 53개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임 원장의 술자리 직원 폭행 의혹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바 있다.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은 이와 관련, 임 원장을 조사한 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해임 처분을 요청했다.

다음은 탄원서 전문

2020년 12월 1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과기부 감사관실에서 항공우주(연) 임철호 원장에 대해 기관 품위유지 손상 등의 이유로 소관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해임요구안을 건의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출연연구원 원장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에 즈음하여 저희 전임원장들은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해임요구 사유인 연구원에 대한 폭언, 폭행의 품위유지 위반 건은 이미 2020년초 과기부 감사에서 경고/주의 처분을 받은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임원장은 당사자에게 3차례에 걸쳐 사과를 통하여 개인적인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처리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추가 감사를 통해 해임요구까지 건의한 조치는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위반되는 과도한 조치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그간에 일어난 항공우주연구원의 내용에 대해 전달해 들은바와 항우(연) 전임 원장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다른 출연연구원들과 달리 종합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항공기, 인공위성, 발사체 등 크게 3대 분야에서 소수의 대형 사업들을 수행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각각의 사업단들이 필요한 전공자들을 모아 연구개발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이 3대 항공우주체계들은 상당히 많은 공통기술을 가지고 있어 중복된 연구 인력들이 상존하고 있으며 연구원 전체 차원에서 이들의 효율적인 활용이 연구원 운영하는 의무를 지닌 연구원장들에게는 항상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특히 발사체 사업단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이라는 거의 하나의 초대형사업에 매달려 있는데,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개발과정에 연구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할 때는 다른 개발팀의 유휴인력을 빌려야할 정도로 바쁘고, 바쁜 기간이 지나고 나면 상당한 유휴인력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연구원 전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인력의 상호 활용이 절실하지만 조직의 근본적인 특성상 강고한 사업단들 간의 벽 때문에 연구인력 상호 운용이 어려운 숙제로 남아 왔습니다.

그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임철호 원장은 2018년 1월 취임 후 이러한 항공우주연구원의 근원적인 연구인력 활용상의 문제점을 해소하여 연구원 경영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하여 연구원들을 전공분야별로 묶어 공통기술 인력의 활용을 효율화하는 매트릭스 조직체계로 조직개편을 시도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강고하게 조직화된 체제에서 조직개편은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는데 특히 발사체 사업단은 대체로 집단의식이 강하고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의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어 반발이 특히 심했던 것으로 압니다. 대부분의 조직개편이 조직 상부 층의 하나 된 지지에도 진통을 겪는데, 당시 과기부 고위층에서는 항공우주(연) 조직개편에 제동을 걸었었고 이로 인해 연구원 내부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던 차, 임원장이 조직개편의 필요성과 그로 인한 갈등해소를 목적으로 회식을 하던 중 음주 분위기 속에서 좀 과도한 언사가 오가면서 마찰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원장은 평소에도 술을 즐겨 마시고 과음을 하면 아주 드물지만 오버액션이 일어 날 때가 있었지만 주변사람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적을 목격한 적은 없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분위기에 돋우기 위해서인지 옆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깨무는 흉내를 내는 정도는 있었습니다. 항우(연) 전 원장 몇 분도 물린 경우가 있었지만 전혀 아플 정도는 아니었고, 그것을 좀 과도한 친밀감 표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연구원들과의 회식에서 일어난 임원장의 취중 실수가 폭력으로 매도되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표출되면서 과기부 재감사, 그리고 해임건의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연구조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국제수준의 연구원으로 거듭나려는 임원장의 개혁 시도에 공감하는 저희 항공우주연구원 전임원장들과 출연연 전임기관장들이 임철호 원장 해임안 재고를 탄원드리게 되었습니다.

임철호원장이 원장 취임 후 연구원의 경영 효율화를 위하여, 원장의 고유권한이며 의무라고 볼 수 있는, 조직개편을 제대로 해보려는 열정이 빚어낸 단순사고가 관할부처의 해임요구 조치까지 연결된다면 앞으로 어느 원장이 기관의 효율화나 혁신를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할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출연연구원의 향후 원장들이 단지 무사안일의 시간만 때우는 출연연구원들을 만들어 가지나 않을까 몹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임철호 원장은 이제 임기를 2개월도 안되게 남겨 놓고 있습니다. 임철호 원장이 남은 한 달여 시간에 지난 3년간의 수행해 온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 임기의 원장에게 그간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에 저희 전임 원장들은 항공우주(연) 임철호 원장 해임요구에 대한 조치를 재고하여 주시기를 다시 간곡히 탄원 드립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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