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극장가…관객수 급감 '존폐위기'

입력 2020-12-12 08:30   수정 2020-12-12 13:16


'세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생겼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극장 관객 수는 20년 전으로 후퇴했다. 2019년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극장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체 관객 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서울시의 영화관은 밤 9시 이후 운영 제한에 따라 썰렁한 냉기만 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해 총관객 수는 5844만 8679명에 그쳤다. 12월 들어서는 지난 10일간 42만 3535명이 극장을 찾았다.

2019년 12월 관객 수는 2246만 4620명. 올해 총관객 수의 절반보다 약간 못 미친다. 지난해 총관객 수는 무려 2억 2667만 8777명으로 영진위 집계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있다.

1∼11월 관객 수로 비교해도 올해 관객 수(약 5800만 명)는 지난해(2억 420만 명)의 28%에 그쳤다. 지난 1월 1680만 명이던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730만 명대로 대폭 하락했고, 4월에는 90만 명으로 추락했다.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섰고 여름 대작이 개봉된 8월, 880만 명까지 회복했지만 광복절 연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9월에 290만 명대로 다시 떨어졌다. 10월 460만 명, 11월 350만 명 수준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다.

이는 영진위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4년을 기준으로도 최저치다. 통합전산망 가입률 50%였을 당시 전체 극장 관객 수는 6920만 명으로, 올해 최대 예상치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산망 가입률 80%를 넘긴 2005년 1억 2000만 명대로 진입한 관객 수는 2013년 2억 명 시대를 시작했다. '기생충', '극한직업'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네 편이 나온 지난해 2억 2600만 명대에 이르며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전산망 가동 이전 집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올해 극장 관객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5470만 명 수준과 비슷하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관객들의 극장 방문이 감소하면서, 수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투입한 신작들이 무기한 개봉 연기를 결정하거나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등 영화산업에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일부터 밤 9시 이후 영화관 영업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조치가 시작되면서 이번 달 관객 수는 150만 명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각 영화관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침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나 일부 관계자들은 거리두기 격상으로 영화산업이 '올 스톱'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례로 CGV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990억 원에 달했다. 롯데컬처웍스 또한 12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화관들은 전국 지점 중 일부를 폐점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신용등급 또한 추락했다. 영화관 업계 1위 업체인 CJ CGV의 신용등급도 하향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CJ CGV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추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컬처웍스의 기업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평가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된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짐과 동시에 하향 속도 또한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폐의 기로에 선 극장들은 각각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다. CJ CGV의 경우 오는 17일부터 '재개봉 콘셉트의 특별관을 오픈한다. 365일 상시 운영되는 '별★관'은 CGV 전국 32개 지점에서 선보이며, 특별한 테마로 엄선된 재개봉 작품들을 최소 2주간 상영할 예정이다.

김홍민 CGV 편성전략팀장은 "코로나19로 신작 개봉이 어려워짐에 따라 신작에만 의존하지 않는, 관객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며 "별★관도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새로운 시도로,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메가박스의 경우 제작, 극장, 관객 모두가 윈윈하는 영화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상영 프로그램 'N 스크린'을 론칭하기도 했다.

N스크린은 관객들이 오래 보고, 다시 보고, 처음 보고 싶었던 영화를 발굴해 상영하고, 그 외 다큐멘터리, 콘서트, 연극 등의 제작 영상 콘텐츠를 발굴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마련됐다.

관람료는 6000원. 월 최대 8편의 영화를 선정해 2주간 전국 메가박스 20개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로써 중·저 예산 및 독립영화 등의 상영 기회를 확대하고 단독 및 재개봉 영화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극장 상영의 문턱을 낮춰 제작, 창작자들에게 콘텐츠 상영 기회를 열어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N스크린은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 극장뿐만 아니라 제작, 투자, 배급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마련하게 됐다"면서 "새로운 시도가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다양한 콘텐츠 상영과 함께 관객 모객에 힘을 더하는 등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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