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사망자 한국의 1~3%…'진짜 방역 모범국' 대만·베트남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0-12-14 10:48   수정 2021-01-11 00:30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가장 선방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 설명차 얼마전 국회를 방문했을 때 한 시정연설의 한 대목이다. “신속한 진단검사와 철저한 역학조사, 빠른 격리와 치료 등 세계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다”며 예의 그 자화자찬 레코드를 반복했다. “K-방역은 전 세계의 모범이자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고도 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실언이 되고 말았다. 하루 감염자가 역대 최대인 1000명대로 올라서며 K방역의 둑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선방하는 나라’라는 대통령의 말은 처음부터 과장이었다. 아시아 이웃국가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우리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는 나라가 꽤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30명까지 치솟은 12일 베트남의 확진자는 2명, 대만은 3명, 태국은 17명에 그쳤다. 그야말로 팬데믹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과는 클래스가 다른 방역성과다.

누적 환자수와 사망자 수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대만은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0.3명에 불과하다. 100만 명당 환자 수 역시 31명에 그쳤다. 각각 11명, 834명인 한국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736명으로 한국의 하루 감염자 수보다 적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성적표다.


베트남도 사망자 수 0.4명,환자 수는 14명으로 대만과 함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국 역시 사망자 0.9명 발병 60명에 그쳤다.

성공 비결은 '고무줄 방역'이 아닌 '원칙 방역'이다. 강력한 입국제한정책, 선제적 진단 검사 등 상식적인 방안들의 철저한 준수다. 대만은 1월말 우한 주민의 입국 금지를 중국 전역에 대한 금지로 확대했다.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는 등 초기부터 확실하게 국경을 통제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이주 노동자 입국시는 격리시설에서 집중관리해 안전을 확보한뒤 고용주에 인계했다. 방역 호텔에 격리중인 필리핀 국적 이주 노동자가 무료함을 못 견뎌 8초간 잠깐 방에서 나온 것을 적발해 10만 대만달러(약 38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가혹해 보이지만 예외없는 원칙 준수다.

베트남도 중국과 비슷한 대외 봉쇄전략을 폈다. 지난 4월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3주간 대규모 봉쇄 조치(락다운)을 시행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재개할수 있는 배경이 됐다. 태국 역시 지난 3월부터 강력한 입국 제한조치 등에 힘입어 5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100일간 국내 확진자 제로'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회복중”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 등 효과적 경제 대응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정책끼워팔기를 한 것도 영 민망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대만 베트남 등에 비하면 한참 못미친다.


대만 정부는 방역성과를 바탕으로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바로 지난 달에 상향 조정했다.29년만에 중국 본토 성장률(2%로 추정)을 앞설 것이 유력하다. 코로나19 봉쇄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미국 유럽과 자국 내에서 동시에 노트북컴퓨터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부품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TSMC 에이수스 폭스콘 등 대만회사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

탁월한 방역 성공과를 바탕으로 베트남도 2.6%의 탄탄한 성장이 예상된다. IMF는 베트남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올해 아세안(ASEAN) 국가 중 명목 GDP 4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K방역' 홍보에 치중하느라 백신·병상·의료진을 모두 놓친 후과 못지 않게 더 두려운 것은 대통령 말과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이다. 문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지 불과 나흘 만에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돌변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종식이 가까웠다'는 식의 말을 언급한 뒤 곧바로 상황이 급속악화하는 일이 무한반복되는 양상이다. 코드가 맞는 국내 언론과, 우호적인 몇몇 '검은 머리 외신기자'를 동원한 여론몰이와 고무줄 방역의 귀결이라는 뼈아픈 지적부터 귀담아야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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