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줌으로 '랜선 회식'…인싸 게임으로 더 신나게

입력 2020-12-14 17:33   수정 2020-12-15 00:45


사뭇 다른 12월이다. 작년만 해도 휴대폰 캘린더를 빼곡하게 채웠던 송년회 일정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게도 싫던 연말 술자리가 그리운 지경에 이르렀다. 올봄 이후 화상회의와 메신저로만 만났던 동료들과 불콰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도 주고받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 처음 맞는 연말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다수 기업은 송년 모임을 극도로 자제하거나, 사실상 금지하는 분위기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송년회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33.3%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조사에서 88.5%가 ‘있다’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직장 동료들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절실하다. 평소보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예년과는 달라진 김과장 이대리들의 송년회 계획을 들어봤다.
‘줌’ 켜고 각자 집에서 다 같이 건배!
올해 상당수 직장인은 강제로 ‘비대면 업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예전 같으면 ‘특별 이벤트’였던 영상회의는 일상이 됐다. 직원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송년회도 비대면으로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경기 판교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다니는 김 프로는 영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한 비대면 사내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모든 부서 회의와 월간 회식을 줌으로 해온 터라 낯설다는 반응은 없었다. 음식은 직원들이 각자 원하는 메뉴를 배달시키면 나중에 정산해주기로 했다. 올해 ‘인싸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게임 ‘어몽 어스’도 다 같이 할 계획이다. 일종의 마피아 게임으로 ‘크루’가 우주선에 잠입한 ‘임포스터’를 찾아내야 한다. 줌을 통해 누가 범인인지 서로 얼굴을 보며 토론하기 때문에 함께 왁자지껄하게 떠들 수도 있다. 김 프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다 보니 비대면으로 송년회를 한다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며 “회사에 나가지 못해 시끌벅적한 술자리가 그립긴 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정 대리는 연말 송년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송년회를 앞두고 재미있는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미 와인과 와인잔, 송년회 때 다 같이 할 게임도구를 직원들에게 택배로 보냈다. 배달업체 쿠폰도 나눠줘 원하는 음식을 시키기만 하면 된다. 드레스코드도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정 대리는 연말 기분을 내기 위해 빨간 원피스를 입기로 했다. 같은 팀 동료는 루돌프 머리띠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이럴 때 회사가 직원들을 세심하게 챙긴다는 것을 느낀다”며 “생각지도 못했는데, 작은 배려에 애사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비대면 송년회가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이 대리는 “송년회에 자율적으로 참석하라고 하지만 상사나 팀 분위기에 따라 사실상 강제로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올해는 온라인으로 바뀐 덕분에 집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관비가 없어진 대신 경품을 크게 늘렸다고 해서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회의실 점심으로 대체
술자리 대신 간소한 모임으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김과장 이대리도 부쩍 늘었다. 여전히 “그래도 연말인데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최 주임은 오는 24일 송년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송년회가 웬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점심시간에 회의실에 모여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다 같이 오후 2시에 퇴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팀장이 ‘연말 회식을 했다면 최소 세 시간은 걸릴 테니 그만큼 빨리 퇴근하고 송년회를 한 셈 치자’고 했다”며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이런 송년회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웃었다.

바이오 회사에서 일하는 김 대리는 부서 송년회를 자신의 집에서 할 계획이다. 오후 9시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 데다 외부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비밀 유지’가 가능한 친한 동료 네 명만 초대해 조촐한 모임을 열기로 했다. 술은 각자 가져오고 안주는 배달 음식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김 대리는 “초대받은 사람도 부담 없고 간편할 것 같아 이 방법을 택했다”며 “좋은 식당을 예약하는 송년회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 났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까지 송년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말 인사철까지 겹치면서 송년회를 두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IT 기업 지원부서에 근무하는 하 과장이 대표적이다. 올해 부서 차원의 송년회는 없다고 했지만 최근 인사에서 부서장이 승진과 함께 자리를 옮기기로 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4년 동안 함께 일했던 부서장 송별회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부서 총무를 맡고 있는 하 과장은 고민 끝에 부서원 절반씩 점심 모임으로 송별회를 대신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절반씩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전체 부서원이 모일 수 없는 상황도 감안했다. 하 과장은 “식당에 가는 대신 회사 근처 맛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회의실에서 먹기로 했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고민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송년회를 두고 회사 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 과장은 최근 몇몇 직원이 “술집 대신 펜션을 잡고 송년회를 하자”고 건의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는 “확진자가 사무실을 방문해 해당 층에서 일하는 직원 전부가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한 게 지난달”이라며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도 안 하냐고 불만을 토로하더니 송년회는 대면으로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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