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검찰 힘 키워준 것은 여당이었다 [임도원의 여의도 백브리핑]

입력 2020-12-16 15:45   수정 2020-12-16 16:15


“관행적으로 넣었던 형사처벌 조항이 결국 검찰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지인인 정부 부처 전직 고위공무원 A씨의 말을 빌어 SNS에 올린 글입니다. A씨는 사무관 시절 꽤 많은 법안의 초안을 만들면서 관행적으로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식의 형사처벌 조항을 넣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서보면 과태료 과징금 등 행정처분으로 처리해도 충분한 사안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우리도 지금 그런 우(愚)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민주당을 향해 촉구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글 말미에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형사처벌 과잉 사회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김주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장)는 내용을 담은 언론 기고문도 링크로 걸었습니다.

민주당은 연일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급기어는 16일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명목으로 정직 2개월 처분까지 내렸습니다. 민주당은 다음달에는 검찰을 견제한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줄지어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 관련 처벌 조항이 두드러집니다. 경제계 관계자는 “검찰이 아무 기업인이라도 겨냥해 먼지털이 수사를 하면 교도소에 보내기 식은 죽 먹기인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1년9개월 동안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이뤄지면서도 정작 사건의 본류인 ‘분식회계’와는 멀어졌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조사한 결과 21대 국회 출범 후 가결됐거나 민주당이 입법과제로 정해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는 기업 관련 법안 25개 중 18개가 기업과 기업인 처벌 조항을 담았습니다. 이로 인해 신설된 징역형을 합산하면 62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금융복합기업집단 임직원이 경영개선계획 정보를 누설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법 상 촉탁살인의 최대 형량과 같습니다.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제한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처벌 조항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에서 지분·채권을 총수 일가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에 매각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위헌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은 사업주나 경영자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3~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안전 의무를 다했다는 입증의 책임을 기업 등에 돌리는 조항까지 있습니다. 여권 인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조차 “‘범죄의 입증 책임은 검사가 진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전환시키는 것”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형사처벌 강화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처벌을 강화한 새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주요 업종의 사망사고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1~9월) 건설업 사고재해 사망자는 349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3명(3.9%) 늘었습니다.

민주당이 진정 검찰을 개혁하겠다면 애꿎은 윤 총장을 내쫓을 것이 아니라 법에 산재해 있는 불필요한 형사처벌 조항들부터 들어내야 합니다. 형사처벌 과잉사회에서 웃을 사람들은 검사와 변호사들밖에 없을 것입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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