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시화된 헤지펀드 위협…"이런 공격 더 쏟아진다"

입력 2020-12-16 17:51   수정 2020-12-17 00:16

정부가 어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제·개정으로 상생협력 강화와 소비자 권익보호가 기대된다고 설명했지만 기업들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 상법이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토록 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개별 3%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3%룰’을 이용하면 외국 투기펀드 등이 국내 기업에 감사위원을 쉽게 파견할 수 있고, 이사회에서 핵심 의사결정을 얼마든지 뒤흔들 수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최근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 펀드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떼어내 독립하는 것은 소액주주와 LG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사업에 더 집중하게 돼 주주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화이트어드바이저스의 LG 계열분리 반대는 성공 여부를 떠나 개정 상법의 위험성을 짐작하게 한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투기자본이 상법의 3%룰을 활용해 사사건건 경영의 발목을 잡고, 다른 한편으론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 배당을 통해 주가 부양을 요구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 펀드들이 은밀히 연합하면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이지만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이 5.52%로 뚝 떨어진다. 외부세력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낼 방패가 손바닥만 하게 쪼그라드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우려를 정부는 ‘엄살’로 치부해선 안 된다. 포이즌필, 황금주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외부세력의 공격무기만 키워준 3%룰은 국내 기업에는 치명적 위협 요소다. 경제 4단체가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3%룰 시행시기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은 벼랑 끝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심정이다. 그런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투기펀드의 사정권으로 밀어넣는 게 정부가 말하는 ‘공정경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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