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한국의 미래, AI 혁명에 달렸다"

입력 2020-12-16 22:12   수정 2020-12-24 19:37


“인공지능(AI)의 물결은 대항해 시대나 1·2·3차 산업혁명 이상으로 우리의 삶을 바꿀 것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이 AI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출정식이 될 것입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85)이 16일 KAIST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분할 기부한다. 전액 AI 분야 인재 양성과 연구에 사용된다. 김 명예회장은 이날 대전 KAIST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국운은 AI 혁명에 달렸고, 최고 인재와 교수진이 모인 KAIST가 AI 인재를 양성해 AI 선진국의 길을 개척하는 역사적 대업을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명예회장의 이번 기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안과 위기를 느끼는 가운데 나온 결단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KAIST에 기부한 기업인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번 기부처럼 특정 영역, 특정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사재를 기부한 경우는 드물다.

김 명예회장은 이날 “1970년대 1인당 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때 외국에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로 괄시받던 게 생각나 조금 남은 사재라도 뜻있는 데 써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인구는 세계 인구의 0.7%, 국토 면적은 전 세계 육지의 0.07%에 불과한 한국은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양어선 말단 선원으로 시작해 종합식품회사와 금융 분야에서 연매출 7조원을 내는 대기업을 일군 김 명예회장은 국가의 미래가 AI 혁명에 달렸다고 수년 전부터 강조해왔다. 경영자로서 김 명예회장의 산 경험이 AI 혁명에 집중하는 밑바탕이 됐다. 동원그룹은 지금까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동원그룹은 김 명예회장이 1969년 1000만원으로 참치잡이 어선 두 척을 사면서 시작됐다. 7년간 지구 200바퀴를 돌던 23세의 김 명예회장은 당시에도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지만 바다 개척을 통해 일어설 수 있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
AI에 꽂힌 '바다사나이' 김재철 "AI 이해 못하면 미래 기약 못해"
김재철 명예회장은 첨단 시설을 과감하게 도입해 4년 만에 인도양과 대서양에 진출했다. 1979년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탑재식 참치 선망선을 도입하는 등 놀랄 만한 혁신을 이뤘다. ‘참치캔 생산기술’도 1980년대 도입해 2차 가공산업에 진출하는 발판이 됐다. 그가 지난해 4월 은퇴 선언을 하며 남긴 메시지도 “변화의 시대에 먼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AI(인공지능)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누비던 그의 눈은 늘 미래를 향해 있었다. 올해 강원 양양군에 20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스마트 육상 연어 양식 단지’ 조성에 나선 것, 2018년 AI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조합해 경기 장호원에 ‘첨단 농업 스마트팜’을 지은 것 역시 그의 혜안에서 나온 결과다.

김 명예회장은 2018년 야타베 다케시가 쓴 《미래IT도해, 지금부터의 AI비즈니스》 등을 직접 번역해 임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임직원에게도 AI 관련 책을 다수 권했다. 지난해 4월 퇴임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AI 인재 양성과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산업은 지난해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해 국내 최초의 AI 솔루션 센터인 ‘한양AI솔루션센터’를 설립했다. 동원그룹은 또 지난해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 계열사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지난달 대표이사 직속 AI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지난 8월에는 KT가 주도하고 있는 AI 기술 산학연 협의체 ‘AI원팀’에도 합류했다.

김 명예회장의 학구열과 교육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끝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책벌레’로 통한다.

1958년 부산수산대를 졸업한 그는 1969년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1981년 미국 하버드대 AMP(최고기업경영자과정) 등을 밟았다. 김 명예회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의 미래는 교육과 인재 육성에 있다”고 평소 강조해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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