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디에 살 것인가"…18세기 선비의 답은

입력 2020-12-17 17:41   수정 2020-12-18 03:33

18세기에 이중환이 쓴 《택리지》는 당대는 물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용서다. 어디에 살면 좋은지 제시한 부동산 책이자 산수가 빼어난 곳을 안내한 여행서, 지역의 물산과 교통을 소개한 경제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택리지 평설》은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중환의 인생 역정과 문제의식, 택리지에 대한 사대부들의 뜨거웠던 관심, 민담을 수집해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노력 등을 정리한 책이다. 지리정보를 국가가 독점하던 시대에 개인이 지리를 논했다는 점에서 《택리지》는 획기적인 지리서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중환은 경종이 죽고 영조가 즉위한 뒤 역모 혐의로 심한 고초를 겪었다. 사대부 사회에서 밀려난 그가 새롭게 맞아들인 현실은 바로 자신이 발 딛고 선 ‘국토’였다는 게 안 교수의 생각이다. 택리지의 원제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라는 뜻인 ‘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인 것도 그런 이유다.

이중환이 던진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자신을 비롯해 더 이상 관직에 오를 수 없는 사대부가 장차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이중환은 국토를 세심하게 평론한 끝에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이중환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것은 ‘생리’였다고 한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은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생업을 꾸리는 것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행정 중심지에 집중했던 일반 지리지와 달리 이중환은 경제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지방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대표적인 게 원산 강경 광천 목포 같은 포구와 한강·낙동강 같은 교통 요지를 명촌(名村)으로 선정한 점이다. 한양과 거리가 가까운 충청도 일대와 강원 원주도 명촌으로 꼽으며 오늘날 강조되는 ‘직주근접론’을 가장 먼저 얘기한 사람도 그였다. 저자는 “이중환은 좋은 주거환경에서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긍정했다”며 “《택리지》를 시작으로 18세기 조선에선 주거지 이론이 새롭게 떠올랐다”고 설명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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