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로 몰리는 전세 난민…"오래 살며 청약스펙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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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20 17:10   수정 2020-12-21 02:31

임대아파트로 몰리는 전세 난민…"오래 살며 청약스펙 쌓자"


외벌이 가장인 A씨는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 전세를 5억5860만원에 연장 계약했다. 시세(12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가격이다. 이 집은 서울시가 2007년 내놓은 ‘중산층 임대주택(시프트)’으로 최대 20년간 전세로 살 수 있다. A씨는 “임차료 상승에 대한 불안이 없는 데다 면학 분위기까지 좋아 만족도가 높다”며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자산 요건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난까지 가중되면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임차료로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임대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전세난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관심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청약을 마감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고척 아이파크’ 2205가구 모집에 1만1510명이 신청했다. 청약 경쟁률이 평균 5.22 대 1을 기록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아파트 746가구와 주상복합 1459가구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경쟁률이 평균 7.79 대 1에 달했다.


3일 대우건설이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선보인 공공지원 민간임대 ‘운서역 푸르지오더스카이’도 84E㎡가 최대 30.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평균 2.76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그동안 공공지원 민간임대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경쟁률이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기존 민간임대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시장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브랜드 단지에 시세 90%로 8년 거주
임대아파트는 크게 공공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일반적인 민간임대 등으로 나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공공의 장점과 민간의 장점을 섞어 2018년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과거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제도를 다소 손봤다. 임대료가 일반공급은 주변 시세 대비 90~95%, 청년·신혼부부와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은 70~85% 수준이다. 최대 8년 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연 5%로 제한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브랜드를 내걸고 짓는 만큼 민간 건설사의 일반분양 아파트와 동일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가 더해진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19세 이상 무주택자는 누구나 일반공급에 지원할 수 있다. 경쟁이 발생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총 가구수의 20%가량이 해당되는 특별공급은 월평균 소득 120% 이하인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만 신청할 수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급은 늘어나는 추세다. 임차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도 새로운 먹거리로 임대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올해 남은 물량은 경기 화성 봉담, 시흥 장현 등 2000여 가구 규모다. 현대건설이 경기 화성 봉담2지구에서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봉담’은 최고 25층 11개 동, 1004가구(전용 62~84㎡) 규모다. 전용 84㎡ 기준 보증금은 9500만원(월 임대료 48만원)~1억6600만원(월 임대료 24만원) 수준이다. 내년 1분기 수도권 공급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달라지는 공공임대
품질이 떨어지고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공공임대아파트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난에 대응해 ‘품질 좋은 전세 위주 공공임대’를 대거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1·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수도권 7만2000가구)를 전세 위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2만8890가구(서울 1952가구)다.

국토교통부는 전세형 매입임대주택, 공공전세주택 등 새로운 유형을 신설하고 소득 요건 등의 기준을 보지 않기로 했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24가구), 강서구(22가구), 노원구(34가구), 양천구(61가구) 등 총 174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대 6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공공전세주택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넓은 크기의 임대주택이다. 역시 소득 및 자산기준이 없다. 민간이 건설한 다세대·다가구나 오피스텔을 정부가 사들여 이를 시세 90% 수준의 전세로 공급한다. 최대 6년 거주가 가능하다. 아파트가 아니지만 임대주택 대상이 아니었던 중산층 가구에도 전셋집을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 5000가구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경쟁이 생기면 무작위 추첨으로 입주자를 뽑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내년 공급이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비청약자들에게 기업형 임대나 공공임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산층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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