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가장인 A씨는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 전세를 5억5860만원에 연장 계약했다. 시세(12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가격이다. 이 집은 서울시가 2007년 내놓은 ‘중산층 임대주택(시프트)’으로 최대 20년간 전세로 살 수 있다. A씨는 “임차료 상승에 대한 불안이 없는 데다 면학 분위기까지 좋아 만족도가 높다”며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자산 요건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난까지 가중되면서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임차료로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임대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3일 대우건설이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선보인 공공지원 민간임대 ‘운서역 푸르지오더스카이’도 84E㎡가 최대 30.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평균 2.76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그동안 공공지원 민간임대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경쟁률이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기존 민간임대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시장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세 이상 무주택자는 누구나 일반공급에 지원할 수 있다. 경쟁이 발생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총 가구수의 20%가량이 해당되는 특별공급은 월평균 소득 120% 이하인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만 신청할 수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급은 늘어나는 추세다. 임차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도 새로운 먹거리로 임대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올해 남은 물량은 경기 화성 봉담, 시흥 장현 등 2000여 가구 규모다. 현대건설이 경기 화성 봉담2지구에서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봉담’은 최고 25층 11개 동, 1004가구(전용 62~84㎡) 규모다. 전용 84㎡ 기준 보증금은 9500만원(월 임대료 48만원)~1억6600만원(월 임대료 24만원) 수준이다. 내년 1분기 수도권 공급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전세형 매입임대주택, 공공전세주택 등 새로운 유형을 신설하고 소득 요건 등의 기준을 보지 않기로 했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24가구), 강서구(22가구), 노원구(34가구), 양천구(61가구) 등 총 174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대 6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공공전세주택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넓은 크기의 임대주택이다. 역시 소득 및 자산기준이 없다. 민간이 건설한 다세대·다가구나 오피스텔을 정부가 사들여 이를 시세 90% 수준의 전세로 공급한다. 최대 6년 거주가 가능하다. 아파트가 아니지만 임대주택 대상이 아니었던 중산층 가구에도 전셋집을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 5000가구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경쟁이 생기면 무작위 추첨으로 입주자를 뽑는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내년 공급이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비청약자들에게 기업형 임대나 공공임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산층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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