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서울·경기 전세 매물 늘었다

입력 2020-12-21 17:09   수정 2020-12-29 15:58


경기 성남 분당구 시범단지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를 내놓은 A씨는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A씨는 지난달 말 전세보증금 9억8000만원에 매물을 올렸다. 기존 전세 최고가(6억3000만원)보다 단번에 3억원 넘게 인상한 것이다. A씨는 결국 보증금을 9억원까지 내렸다. 하지만 같은 단지 다른 집주인은 A씨보다 5000만원 낮은 가격에 “중도금을 주면 화장실, 싱크대, 벽지 등을 ‘올수리’ 해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지난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품귀됐지만 최근 서울·경기 지역의 전세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높은 전세가격을 부르면서 일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말에는 학군 수요 등으로 이사를 위한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온다”며 “적절한 가격 수준에서 전세 매물이 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전세 매물 4개월 만에 ‘최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1만5953건으로, 한 달 전(1만3147건)에 비해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8월 26일(1만6151건)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다.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찾기 힘들었던 전세 매물이 늘어났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7월 30일 3만8873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8월 중순 2만 건대, 8월 말 1만4000~1만5000건대로 줄었다가 9월 중순에는 1만 선이 깨졌다. 그러다가 지난달 초부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23개 구에서 전세 매물이 늘었다. 마포구가 한 달 전 223건에서 이날 646건(189.6%)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금천구가 같은 기간 116건에서 226건으로 94.8% 늘었고 △동대문구 51.7% △광진구 42.0% △관악구 40.1% △송파구 35.3% 등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경기 지역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경기도 전세 매물은 한 달 전 1만6413건에서 이날 2만401건으로 24.2% 증가했다. 가장 증가율이 높은 성남 분당구가 515건에서 955건(85.4%)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원 팔달구도 332건에서 613건으로 84.6% 증가했다. 그 밖에 경기 광주(73.5%) 수원 장안구(72.5%) 수원 영통구(71.8%) 등이 7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세가율 3개월 연속 증가
일선 중개업소에선 이사철 수요외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형태)’가 증가한 것도 고가 전세 매물이 쌓이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갭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전세 매물을 내놓고 있어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5.5%로, 지난 8월(53.3%)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 전세가율도 △8월 63.9% △9월 64.7% △10월 65.5% △11월 66.8% 등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를 하기가 쉬워진다. 실제 분당 등에서는 갭투자자들이 몰렸고, 이들이 전세를 내놓을 때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갭투자자들이 자금 부담을 덜려고 직전 시세보다 수억원 높게 전세가격을 부르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전세를 포기하고 매입에 나서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고가 전세의 경우 일시적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를 전반적인 ‘전세난 완화’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연말과 연초는 전세 거래가 활발한 시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가격까지 너무 높아지자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전세 수요는 여전해 내년에도 전세가격 강세 흐름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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