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장편 '젠가' 펴낸 소설가 정진영 "술술 읽히고 '찝찝함' 남는 소설이길"

입력 2020-12-21 17:21   수정 2020-12-22 00:44

“소설은 무조건 서사라고 봅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어야죠. 이야기의 본질이 아닌 문체와 문학적 단어 등 다른 것에 집중하는 소설이 많은데 정작 읽어보면 재미는 없어요. 이번 소설은 철저히 이야기 하나로 승부를 건 작품입니다.”

정진영 작가(39·사진)는 최근 출간한 세 번째 장편소설 《젠가》(은행나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1일 만난 정 작가는 자신을 ‘페이지 터너’(쉽게 읽히는 책을 쓰는 사람)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소설 상당수가 방구석에서 시작해 방구석에서 끝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사가 너무 작다”며 “서사가 쪼그라들면 독자의 상상력도 쪼그라드는데 장편소설 작가로서 독자들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지방에 있는 굴지의 전선 제조 기업인 ‘내일전선’ 내 부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은밀하지만 견고한 권력 시스템이 어느날 하부에서의 사소한 사건 하나로 점차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그 안에 담긴 폭력성을 시작으로 말미에 이르러선 기업과 언론의 유착관계, 나아가 ‘원전 비리’라는 거대한 사회 부조리까지 건드린다.

누구보다 높이 올라가려는 인물들의 권력욕은 작품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 권력욕이 결국 모든 걸 무너뜨린다. 정 작가가 처음 지었던 가제 ‘아비지옥’을 ‘젠가’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아래 나뭇조각을 빼내 위로 쌓는 게임인 젠가처럼 위를 향해 높이 도달하려 할수록 점점 위태로워지는 기업 조직의 생태를 반영한 것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지만 독자들이 다 읽고 뭔가 찝찝한 마음을 가졌으면 했어요. 이런 인물과 저런 세상이 현실에도 있을 수 있음을 환기하게 되면 자신들이 실제 소속된 조직과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요. 거울을 보듯이 말입니다.”

이번 소설은 그의 조직 트릴로지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트릴로지인 전작 《침묵주의보》(문학수첩)는 11년 동안 지방지와 경제지, 종합지까지 거치며 기자생활을 한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현재 방영 중인 황정민 주연의 드라마 ‘허쉬’는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정 작가는 작품에 언론이 잇달아 등장하는 데 대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모두 연결돼 있기에 사회에는 감시하고 이야기하는 스피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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