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北 대신 국제사회 인권 타깃 된 한국 정부

입력 2020-12-21 17:49   수정 2020-12-22 00:17

결국 여당 대변인의 입에서 미국을 향해 “내정 간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 바이든 미 차기 행정부 출범 예정일을 딱 한 달 앞둔 시점에서다. 미 정계의 잇단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비판성명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놨다. 남한을 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숱한 협박성 발언에도 한번 본 적 없던 날 선 반응이었다.

미 하원은 이미 개정안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한국 관련 청문회는 1977년 유신정권의 인권침해 실태 관련 청문회 이후 처음이다. 미 의회가 다른 나라의 인권 관련 청문회를 여는 것은 북한·이란·중국 등을 제외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이를 단순히 한국의 국내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사회는 개정안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해왔다. 이들의 우려는 개정안이 단순히 북한을 향한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3년형의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본다. 더구나 한국은 2년 연속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 명단에서도 빠졌다. 지난 15일 세계 47개 국제인권단체는 공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동제안국 복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의 대처다. 발의됐을 때부터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내온 토마스 오헤아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6일 “법 시행 전에 관련된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독립적인 유엔 인사의 말에 정부가 유감을 나타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민주적인 논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여당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강제 종료시키고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며 제약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중심으로 대외정책을 펼 것을 예고한 만큼 개정안 시행을 눈감아줄 가능성은 낮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은 미 차기 행정부가 우리 정부와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시기다. 한국이 ‘김여정 하명법’을 강행했다는 오명에 이어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까지 철저히 배제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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