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장 선임 1년도 안돼 지주회장 '파격'…손병환 누구?

입력 2020-12-22 13:03   수정 2020-12-22 15:12



농협금융지주가 내부 출신 회장을 앉히기로 했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손병환 농협은행장(사진)을 차기 회장에 오를 단독 후보자로 선정했다.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부문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독립한 뒤 1대 신충식 회장을 제외하면 줄곳 관료 출신이 맡아온 자리다. 금융권에선 '파격'을 넘어선 '충격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후보자는 지난 3월 농협은행장에 선임된 초보 최고경영자(CEO)로 꼽히기 때문이다.
○임추위의 파격 결정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산하 임추위는 이날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대표이사 회장에 오를 단독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 11월 27일 김광수 전 회장(은행연합회장)의 사임 이후 긴급히 경영승계절차를 밟았다. 70명에서 20명으로, 다시 4명으로 후보자군을 좁히는 작업을 벌였다.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줄곳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 맡아온 자리다. 몇몇 후보자들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론은 '내부 출신', '새로운 얼굴'이었다.

임추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후보자 선정을 위해 내·외부 후보군의 비교 검증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경쟁 인터뷰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내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면 내년부터 손병환 호(號) 농협금융이 출범할 전망이다.

손 후보자는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 등 농협금융의 디지털 그림을 그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손 후보자를 선임을 통해 농협금융이 디지털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도약을 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9년에는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지냈다. 지난 3월 농협은행장에 올라 최근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병환은 누구
손 후보자는 1988년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한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90년 농협중앙회에 다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학창시절 선후배 관계와 전공,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농협이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전략 파트에서 오래 근무했다. 농협중앙회 종합조정실을 거쳐 기획조정실 팀장으로 발령났다. 농협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여럿 맡아왔다.

해체를 선언한 프로야구단 유니콘스 인수팀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개이던 야구단이 7개로 줄면 ‘홀수 팀 체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농민단체의 반발을 돌려세우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조율해야 하는 등 과제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적으로 인수는 무산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면서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후보자는 범(汎)농협 내부의 ‘전략가’로 꼽혔다. 합작사 설립 프로젝트 등 풀기 힘든 난제를 맡기도 했다.
○농협 내 최고 디지털 전문가
2011년부터 지점장을 맡아 4년 여간 전국을 돌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전산망 중단 사태 이후 농협에선 보안사고가 잇따랐다. 2014년엔 피싱 조직이 고객 돈을 빼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손 후보자는 2015년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보안을 총괄하는 스마트금융부장리에 올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개편에 공들여 보안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관련 그림도 손 후보자가 그렸다는 평가가 많다. 2015년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기업 육성 조직인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수수료 수익이 줄 것이라는 내부 반대를 뚫고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도입했다. 은행 서비스 내 연결, 이체 기능을 핀테크기업 모두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했다.

2015년 농협은행이 출시한 오픈API 서비스는 손 후보자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오픈API란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소스코드)을 말한다. 은행 API를 활용하면 은행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개인 간(P2P) 금융에 필요한 서비스, 지로공과금 납부 등 핀테크 업체 서비스를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최초로 API를 공개하자 다른 은행의 API공개도 잇다랐다. 농협은행 오픈 API가 정부의 오픈뱅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협은행 디지털 전략 재정비
손 후보자는 3월 선임 후 짧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에자일 조직을 만들어 디지털 전환(DT) 추진을 강화했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추진을 위한 비대면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놨다. 데이터 사업부를 신설해 외부 전문가를 데려오고, 인공지능(AI)전담 조직도 만드는 변화를 꽤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더 보수적인 편으로 꼽히던 농협은행 내부에는 긴장감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손 후보자는 보고에 들어온 직원들을 행장석에 앉힌 뒤 '행장의 눈으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의 업무 방침은 그동안의 비효율을 줄이고, 디지털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하는 활동에서도 손병환 호 농협은행이 앞서나갔다는 평가가 많다. 1차 코로나19 대출 소진 속도가 빨랐고, 농업인 여신지원 등에서도 1100여개의 지점망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금융권에 불어닥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금융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농협금융 ESG 모델' 도입도 서둘렀다. 여신심사와 투자 프로세스를 모두 ESG를 가미한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는 설명이다.

손 후보자 부임 이후 농협은행의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나아졌다. 민간은행에 비해 뒤져있다고 평가돼왔다. 올해 지역 재투자평가에선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핀테크, IT업체와 제휴 강화될 듯
"뱅킹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 그런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굳이 은행일 필요는 없다.” 손 후보자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지론을 꺼냈다. 기존 대형 은행들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또는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에 야금야금 금융 서비스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핀테크, 빅테크와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손 후보자의 설명이었다. 핀테크 앱 사용자에게 농협은행의 본질적 서비스인 예금, 대출, 카드를 쓰게 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손 후보자가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자체 앱을 자산관리에 맞게 개편하고, 이동통신 업체와 제휴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e커머스 업체 11번가와 핀테크 공룡으로 커가는 토스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공공데이터를 연계한 ‘정부지원금 추천서비스’ 등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0년도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에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손 후보자가 회장이 되면 농협금융이 공들이는 분야인 ‘디지털 빅데이터 플랫폼’과 데이터 부문에서의 ‘범농협 시너지’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손 후보자가 디지털 관련 사업에선 농협 내 최고 전문가인 만큼, 기존에 추진 중인 농협 유통과의 협업 사업도 훨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격 넘어 충격, 농협금융의 새로운 얼굴
농협금융이 손 후보자를 최종 선임하는 건 신경 분리 이후 새로운 10년, 20년의 그림을 그려는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금융은 공공적 성격이 강해 대형 금융지주와 경쟁에 한계가 많다는 평이 많았다. 최근 4~5년 새 덩치와 조직 규모를 다른 민간 금융지주사에 필적할 정도로 키운 만큼 도약을 위한 인선이 필요했고, 그 결과 손 후보자를 선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2020년까지 농협금융이 금융지주로서 뼈대를 만드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엔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행 임추위원장은 "내부 출신 회장이 선임되는 건 많은 농협인들의 꿈이었다"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역사적인 날임이 분명하고, 보람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사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60년대생 행장’이 파격적으로 여겨지던 보수적 금융권에서 1962년생인 상대적으로 젊은 회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 임추위는 결국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며 “젊고 디지털에 밝은 회장 후보를 뽑은 건 범 농협 차원에서 그만큼 혁신 의지가 크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1962년 경남 진주 출생
△1981년 진주고 졸업
△1988년 서울대 농업교육학과 졸업
△1990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5년 기획조정실 팀장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2016년 농협중앙회 기획실 실장
△2019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2020년 경영기획부문장
△2020년 3월 농협은행장
△2020년 12월 농협금융지주회장 단독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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