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세금이 싫어서?…캘리포니아 떠나 텍사스로 간 머스크

입력 2020-12-28 09:01  

2013년 프랑스에서는 부자들이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영국, 벨기에 등으로 떠나는 ‘세금 망명’이 줄을 이었다.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추진한 ‘부자 증세’에 대한 반발이었다. 올랑드는 1년 전 치러진 대선에서 고소득자에게 최대 75% 세율을 적용하고, 대기업에 주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프랑스의 최고세율은 소득세 41%, 법인세 33%로 이미 높은 수준이었다. 올랑드가 당선 후 증세 추진을 본격화하자 기업들도 잇따라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겼다. 프랑스의 국민배우로 추앙받던 제라르 드파리드외는 불만을 드러내며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세금 너무 높으면 일할 맛 안 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란 말이 있다. 납세는 국방, 근로, 교육과 함께 ‘국민의 4대 의무’이기도 하다. 정부는 세금을 활용해 국방, 행정, 복지 등 민간이 대신할 수 없는 여러 일을 한다. 공평하고 합리적인 과세는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다. 다만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떼기 시작하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 공급주의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가 고안한 ‘래퍼 곡선(Laffer curve)’은 프랑스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할 근거를 제공한다. 래퍼 곡선은 세율과 정부 조세 수입 간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U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다. 일반적인 조세 이론에서는 세율이 높아질수록 세수가 증가한다. 래퍼의 생각은 달랐다. 일정 수준의 세율까지는 조세 수입이 증가하지만, 적정 수준(최적조세율)을 넘어서면 경제 주체의 의욕이 낮아져 조세 수입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세금을 이렇게 왕창 떼는데 뭐하러 일하냐”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세율을 낮추는 것이 경기를 살리고 세수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정부에 이득이라고 봤다. 래퍼는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백악관 예산국 수석경제학자로 일하면서 래퍼 곡선을 완성했다. 래퍼 곡선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이론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떠나는 기업 늘었다는데…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이사했다. 머스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탄생을 억누르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업계는 캘리포니아의 높은 소득세율도 머스크를 떠나게 한 배경으로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개인 소득세율은 최고 13.3%다. 뉴저지(10.75%), 미네소타(9.85%), 뉴욕(8.82%) 등과 더불어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반면 텍사스와 네바다, 플로리다, 워싱턴, 알래스카 등은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머스크는 수십조원어치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주민 신분으로 행사한다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했다.

인재와 자본은 세금이 적고 규제가 덜한 곳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낮은 세율을 따라 본사를 옮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굳이 특정 지역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업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이달 초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유명 벤처사업가 조 론스데일이 세운 8VC와 클라우드업체 드롭박스도 같은 선택을 했다. 캘리포니아의 법인세율은 8.84%인 반면 텍사스는 0%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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