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욱 부장판사는 왜 윤석열 풀어줬나…결정 요지 살펴보니

입력 2020-12-25 13:44   수정 2020-12-25 13:47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지난 24일 결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청구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까지 거친 이번 징계를 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법조계에선 ‘만점 법관’이라 불리는 홍순욱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오로지 법리대로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부장판사가 이번 결정을 내린 주요 근거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기피의결 과정은 무효”
윤 총장 측은 그동안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에 수많은 위법 요소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위법 절차에 따른 징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홍 부장판사는 윤 총장 측이 제기한 대다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령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로 위촉되는 과정과 징계위원이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한 뒤 회피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예비위원 지명 문제나 법무부가 윤 총장 측에 징계기록과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 징계위가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정족수 미달’이라는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검사징계법 조항을 두고 윤 총장과 법무부 측 해석논쟁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검사징계법상 재적위원은 총 7명이다. 그 가운데 총 5명의 징계위원이 출석했다. 정한중 교수와 심재철 국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다. 윤 총장 측은 이 차관과 심 국장에 대해 ‘공통의 사유’로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 이 안건은 이 차관과 심 국장이 퇴장한 동안 나머지 3명의 위원들이 투표를 해 기각 결정을 했다. 윤 총장 측의 나머지 기피신청 의결도 위원 3명의 참여로 결정됐다.

홍 부장판사는 “이 사건 징계위의 재적위원은 법무부 장관(당연직이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자라 심의 불참)과 출석하지 않은 민간위원을 포함한 7명이고 재적위원 과반수는 4명이므로, 기피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인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며 “기피의결은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무효이고, 이 사건 징계의결도 징계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의 참여 하에 이뤄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무부 측은 7명 중 과반수인 5명이 출석했고, 5명 중 과반수인 3명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같은 징계절차 하자 문제가 이번 윤 총장 복귀를 결정시킨 핵심 근거로 작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판사 문건, 매우 부적절하지만...”
재판부는 윤 총장의 4가지 징계사유에 대해서도 각각 자세히 살펴봤다. 먼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된 것에 대해 “윤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으며, 윤 총장의 각종 발언에 대해선 “징계위가 비위사실을 인정하는 근거로 든 ‘정치적 중립을 의심케 함’ 등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판사 사찰 문건 작성’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선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가령 판사 문건에 대해선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선 안된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법무부는 이 문건이 재판부에 불리한 여론구조를 만들어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 만으론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해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채널A 감찰 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징계사유가 일응 소명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신속한 감찰 및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선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는 결국 윤 총장의 징계사유를 명확히 입증해 내지 못한 법무부 측이 완패했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윤 총장이 ‘무결하다’고 본 것은 아니지만, 징계사유감인지에 대해선 쉽사리 수긍할 수 없어 더 자세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정원 댓글수사’때 尹 소환한 재판부
재판부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윗선의 수사 무마 지시에 항명했던 윤 총장을 소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윤 총장 측은 이번 징계는 윤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총장 부재시 검찰조직, 나아가 사회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민은 일선 검사들이 검찰총장이나 정치권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직무를 수행할 것을 신뢰하고 기대하고 있다”며 “신청인(윤 총장)도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을 처리하며 소신 있게 수사했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없다고 나머지 검사들이 외압에 굴복할 수 있다는 지적인 ‘기우’라는 취지로 보인다.

'조국 수사'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번 징계를 당했다는 윤 총장 측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다만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와 임기 등을 고려하면, (정직으로 인한) 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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