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상법 가장 위협적…내년 경영전략 다 바꿔야할 판"

입력 2020-12-30 17:06   수정 2020-12-31 00:57


국내 10대 그룹의 한 기획·전략담당 부사장은 이달 들어 매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한꺼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당장 내년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규제 대응이 너무 급하다 보니 먹거리 준비는 뒤로 밀린 상태”라며 “이러다 해외 경쟁사에 뒤처져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기업 70% “한국 경영 환경 나쁘다”

한국 기업인의 의욕이 바닥에 떨어졌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기업인들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규제와 반기업정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는 30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5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에 응답한 그룹(42곳) 중 63.5%는 한국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답변했다. 7.3%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답했다. 해외보다 환경이 좋다고 답한 그룹은 한 곳밖에 없었다.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60.6%가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 및 기업 관련 법안’을 꼽았다. 커지는 반기업정서(18.2%)와 갈수록 나빠지는 대외여건(12.1%) 때문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연말에 처리된 기업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61.0%)이 “사업계획이나 운영전략을 바꿔야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라고 판단했다. 주요 그룹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논의 중인 법안 가운데 개정 상법(45.0%)이 가장 걱정된다고 답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항 때문에 외국계 자본 주도로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계에서는 경쟁사 임원이 이사회에 들어오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27.5%)이 걱정된다는 답변도 많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 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2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는 등 경영인과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법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산업재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기업인들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수시로 국회를 찾아 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달 8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 투자·고용 늘리려면 규제 없애야”
기업인들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법안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고 호소했다. 50대 그룹을 상대로 내년 투자 및 고용확대에 대한 영향을 질의한 결과 ‘불필요한 규제 폐지’가 7.8점(1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주요 그룹들은 또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 법안 시행 시기 조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재고(7.3점)가 내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5.6점)과 정부의 경기부양책(6.4점) 등은 고용 및 투자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업들은 분석했다.

일부 기업인은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정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인들에게 힘을 내달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은 거의 매년 연초에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했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까지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중견기업 대표는 “인건비 등 비용은 가파르게 늘고,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툭 하면 늘어난다”며 “기업하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굳이 힘들게 경영하고 싶지도 않고,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토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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