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매출 600% 급증…13兆 불임치료 시장 선점한 프로지니

입력 2020-12-31 19:08   수정 2020-12-31 19:14

미국은 ‘민간보험의 천국’이라 불린다. 공적 의료보장체계가 취약한 대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보험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수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전문 보험사로는 프로지니(PGNY)가 있다. 프로지니는 불임, 난임 등 출산과 관련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임직원들에 대한 불임치료 지원 등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미국 기업들이 점점 늘면서 최근 3년간 매출이 600% 넘게 치솟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35개 기업 고객사로 확보
2015년 설립된 프로지니는 고용주들에 출산 및 가족과 관련한 임직원 복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6년 5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불임보험 서비스를 시작해 불과 4년 만에 135개 기업 임직원 220여만명을 고객으로 둔 회사로 성장했다.



이런 활약을 토대로 프로지니는 2018년 미국 CNBC가 선정한 ‘50대 혁신기업’에서 15위에 올랐다. 2019년 10월25일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프로지니의 보험 솔루션 상품은 크게 ‘출산 지원 서비스(Fertility benefit services)’와 ‘의약품 지원 서비스(Pharmacy benefit services)’로 나뉜다.

출산 지원 서비스는 불임치료에 특화된 컨시어지 서비스인 ‘스마트 사이클’을 통해 의료진 접촉과 진단 테스트, 환자 케어, 치료·시술, 비용지출 분석 등을 제공한다. 의약품 지원 서비스는 ‘프로지니 Rx’ 플랫폼을 통해 불임 치료와 관련된 각종 처방전 관리와 배달, 환자교육 등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매년 10%씩 커지는 美 불임치료 시장
프로지니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건 미국 불임치료 시장의 확대 덕분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기혼여성 8명 중 1명꼴로 불임을 겪고 있다. 초혼 연령대가 점점 올라가면서 여성들의 임신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지니는 “부모가 되는 경로가 결혼 이외로 다양해진 것도 불임이 늘어나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불임·난임과 관련한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프로지니가 CDC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시험관 체외수정(IVF)과 자궁 내 인공수정(IUI)를 포함한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시장규모만 2019년 기준 70억달러(7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시장은 2013~2018년간 매년 10%씩 커지고 있다.

불임을 겪는 여성 중 50%만이 실제 치료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임치료 관련 잠재적 시장 규모는 120억달러(13조원)가 넘는다는 전망도 있다.

임직원들에 불임보험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기업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 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직원들의 불임에 따른 우울증과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연간 57억달러 규모의 생산성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비드 슐랭거 프로지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불임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게 여성 노동력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은 여성 노동력과 가족을 소중히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불임치료 네트워크 선점한 프로지니
미국에서 불임치료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프로지니는 미국 내 불임환자가 치료에 들이는 평균 비용을 7만달러(7600만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불임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인공수정 3회와 시험관 체외수정 2.2회를 거쳐 임신에 성공한다.


인공수정에는 회당 4000달러가 든다. 체외수정은 회당 비용이 2만5000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각 시술 당 평균 횟수를 곱하면 6만7000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기존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의 기존 보험사들은 치료비 상한제(dollar max concept)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불임치료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1만5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 정도로 제한을 뒀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직원들에 효과적인 불임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불임치료와 출산에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록 직장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심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프로지니는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프로지니는 보험서비스에 대한 치료비 상한액 제한을 과감히 풀고 최신 불임치료 기법 적용 여부를 의료진 판단에 맡겼다.



이런 방법으로 프로지니는 불임치료와 관련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을 빠르게 확보해나갈 수 있었다. 현재 프로지니는 미국 내 상위 50개 불임 클리닉 중 46개를 제휴 의료기관으로 확보했다. 프로지니와 제휴하고 있는 600개 클리닉 중 30% 가량은 기존 보험사들과 거래를 끊고 오직 프로지니와만 거래를 할 정도다.



프로지니는 이렇게 확보한 강력한 의료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불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등록과 초기 상담에서부터 치료와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스마트 사이클’이라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성과로 드러났다. 프로지니 고객들의 시험관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 성공률은 59.9%로 미국 평균(52.4%)보다 7.5%포인트 높았다. 반면 유산율은 13.3%로 평균(19.0%) 대비 훨씬 낮았다.
3분기 역대 최대 매출로 반등 성공
프로지니가 불임보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정보기술(IT)을 주축으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재 프로지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을 비롯해 페이팔, 로슈, 알스톰, 액티비전블리자드 등 유수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매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던 프로지니의 성장세는 올 들어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다. 프로지니는 지난 1분기 8102만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2분기에는 6460만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3분기에 전년 동기(6120만달러) 대비 61.6% 증가한 989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다시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순이익은 540만달러를 기록해 820만달러 순손실을 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슐랭거 CEO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불임 치료를 위한 의료 활동들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1년 매출 50% 늘며 성장세 지속"
프로지니는 지난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0년 매출액 전망치로 3억4000~3억5500만달러를 제시했다. 2019년 대비 매출이 48~50% 증가할 것으로 내다 본 것이다. 순이익 전망치로는 1270~1420만달러를 제시했다.



2021년 매출 목표는 그보다 50% 가량 늘어난 5억2500만달러로 잡았다. 이를 위해 고객사를 180개사(27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5명의 애널리스트 중 4명이 매수 의견을 냈다. 평균 목표가는 45.20달러로 현재 주가(12월30일 기준 43.10달러) 대비 약 5% 높은 수준이다. 프로지니는 2020년 57% 상승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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