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 쉽게 지킬 수 있게 해달라" 中企인, 이낙연에 호소문

입력 2021-01-04 14:53   수정 2021-01-04 15:23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법은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되고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입법을 신중하게 검토해 달라"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앞서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중대재해법 국회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경제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정 회장의 호소문에는 "새해 첫날 대표님께서 '기업들을 도우며 경제를 새로 도약시키겠다'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셔서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용기를 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처리해달라는 부탁"이라고 적혀 있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건설 고졸 공채 1기 출신으로 수산중공업 등 건설·발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원로 중소기업 경영인이다. 정 회장의 호소문은 민주당 지도부를 통해 이 대표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 2년여가 지났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중대 사고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고 책임자를 엄히 처벌하는 입법이 지지부진하니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권익 옹호에 적극적인 정의당에서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을 하자고 단식에 돌입했고 급기야 발의자인 강은미 의원이 입원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민주당의 법안 초안을 살펴보면 유족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담다 보니 무리한 조항과 타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나 충돌 조항이 많다고 생각된다"며 "또 꼭 추가되었으면 하는 사항들도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번 법안은 '확실하게 예방하고 충분히 보상하며 합리적으로 처벌하자'는 취지를 만족해야 한다"며 "법은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되고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관리에 대한 법도 근로자, 감독자,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해야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야 이를 감독하는 행정부, 보상기관, 사법 기관의 업무도 명확해서 행정적 낭비가 줄어든다"고 했다.


정 회장은 모든 국민에게 잠재적으로 적용되는 처벌법이 불과 심사 한 달 만에 처리되는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법 제정이나 개정은 자료수집, 초안 작성, 전문가 토론, 공청회 등을 거치려면 최소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며 "하물며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과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형법이 시간에 쫓겨서 졸속입법으로 불합리하게 제정된다면 큰 후회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회장은 "유족들의 애절함과 정의당의 애민 정신도 깊게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다음 회기에서 속도감 있게 꼭 처리하기로 약속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로운 법 제정이 맞는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도 근본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 회장은 "대표님께서 이미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입법을 연기하자고 하시기가 매우 곤혹스러울 수 있다"며 "하지만 유족들과 정의당에 진정성 있는 약속을 하시고 용단을 내려달라. 모든 국민들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대한민국을 더 높게 도약시키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 회장은 "저희 기업인들도 더 살피고 더 노력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중대재해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을 원안대로 처리하라며, 김종철 대표까지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아래는 정 회장의 호소문 원문.

<존경하는 이낙연 대표님께 드리는 호소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비롯한 난제가 수두룩한데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새해 벽두부터 많이 외람되오나 워낙 중대한 일이라서 감히 호소드립니다. 특히 새해 첫날 대표님께서 “기업들을 도우며 경제를 새로 도약시키겠다”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셔서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더 용기를 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처리해달라는 부탁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 2년여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중대 사고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고 책임자를 엄히 처벌하는 입법이 지지부진하니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에 근로자들의 권익 옹호에 적극적인 정의당에서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을 하자고 단식에 돌입했고 급기야 발의자인 강은미 의원이 입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민주당의 법안 초안을 살펴보면 유족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담다보니 무리한 조항과, 타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나 충돌 조항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또 꼭 추가되었으면 하는 사항들도 누락되어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확실하게 예방하고 충분히 보상하며 합리적으로 처벌하자”는 취지를 만족해야 합니다.

법은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어야 되고 책임이 명확해야 합니다. 안전관리에 대한 법도 근로자, 감독자,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 해야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이를 감독하는 행정부, 보상기관, 사법 기관의 업무도 명확해서 행정적 낭비가 줍니다.

새로운 법 제정이나 개정은 자료 수집, 초안 작성, 전문가 토론, 공청회 등을 거치려면 최소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과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형법이 시간에 쫓겨서 졸속입법으로 불합리하게 제정된다면 큰 후회가 따를 것입니다.

유족들의 애절함과 정의당의 애민 정신도 깊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다음 회기에서 속도감 있게 꼭 처리하기로 약속하면 됩니다. 또한 새로운 법 제정이 맞는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지도 근본적으로 검토돼야합니다. 제 생각에는 한 가지 사안은 한 가지 법을 적용해야 법률 적용 시 오해와 충돌요인이 최소화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이미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시겠다고 말씀하셔서 입법을 연기하자고 하시기가 매우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과 정의당에 진정성 있는 약속을 하시고 용단을 내려주십시오. 모든 국민들이 정권을 재창출하고 대한민국을 더 높게 도약시키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희 기업인들도 더 살피고 더 노력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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