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화장실 갈 때 상관에 보고…하루 두 번 가면 벌금"

입력 2021-01-06 12:35   수정 2021-01-06 13:21


중국 3위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20대 직원이 돌연사한 사건으로 중국 기업의 가혹한 근무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광둥성 둥관의 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화장실에 두 번 이상 가면 벌금을 내도록 해 구설수에 올랐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둥관 소재 안푸전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직원이 근무시간 중 화장실을 두번째 갈 때부터 20위안(약 3400원)씩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화장실을 갈 때 상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지난달 20일과 21일 총 7명의 직원이 벌금을 부과받은 뒤 최근 이런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중국 전역에 알려졌다. 둥관시 공안은 이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둥관시정부는 이 회사에 이런 규정이 불법임을 확인시키고 벌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회사 측은 매번 벌금을 내도록 한 것이 아니라 매월 지급하는 보너스에서 차감했으며, 근무 시간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 때문에 도입한 규정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게으른 근로자들 때문에 회사도 골치가 아프다"며 "대상 직원들에게 수차례 주의를 줬지만 나아지지 않아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여론은 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일부 직원들이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고 시간도 많이 허비하면 회사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는 회사 측을 비난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보상도 필요하다. 제한만 높여선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의 인터넷 대기업 넷이즈는 2018년에 화장실 내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미리 받아놓은 드라마나 게임을 하면서 이런 제한을 피해갔다.

화장실 제한 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다른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상하이의 치우비잉컨설팅은 지난해 8월 회사가 제공하는 공짜 점심을 회사 건물 밖으로 던지는 행위가 세 번 이상 적발되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규칙을 도입했다.

같은 달 상하이 반무가구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던 한 영업부 여직원에게 한자 4800자 분량의 영업 일지를 손으로 써서 내도록 했다가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직원에게 들린 글자 한 자당 50위안, 반복된 문장 하나당 100위안, 마감을 넘기면 500위안 등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해당 직원은 회사를 그만뒀다.

또 항저우에 있는 한 기업은 '스마트 방석'으로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감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기업은 최근 전 직원에게 방석을 지급했는데, 이 방석은 심박수와 앉은 자세 등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에 얼마나 의자에 앉아있었는지도 파악하는데 활용됐다. 이용자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을 경우 방석이 경보를 울렸다.

방석이 수집한 데이터는 고용주도 접근할 수 있어 회사가 직원을 불법 감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봉황망에 따르면 이 업체 직원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인사부 직원과 마주쳤을 때 '왜 매일 아침 10시부터 10시반까지 자리를 비우나? 사장님이 보너스 깎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는 23세 직원 장모 씨가 신장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시 30분께 퇴근길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6시간만에 숨졌다고 5일 밝혔다.

2019년 입사한 이 여성은 핀둬둬의 식재료 구매 플랫폼에서 일했는데 늦게까지 야근을 한 뒤 동료와 함께 퇴근하다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의 죽음은 야근 문화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다시 일으켰다.

중국에서는 2019년 '996'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바 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며,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일컫는다. 현재 직장인들은 "966이 아니라 '715 시대'"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715는 1주일에 7일, 매일 15시간씩 일한다는 뜻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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