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목표 엄청나게 미달"…최악 경제난 '자인'

입력 2021-01-06 17:05   수정 2021-01-07 01:1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개막한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재차 시인했다. 김정은은 작년 8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하며 8차 당대회에서 ‘새 국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5월 이후 5년 만에 열린 당대회에서 자신이 주도해 온 경제정책 실패를 또다시 거론한 것은 북한 경제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7~8일까지 이어질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우리 정부와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은, “경제 재건에 총력”
6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 끝났지만 당초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때 자신이 제시했던 ‘5개년 경제계획’이 대부분 무위에 그쳤음을 인정한 것이다.

작년 8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처음 자인했던 김정은은 이번 개회사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 “전례 없이 장기화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 등의 표현을 써 가며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을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경험과 교훈, 범한 오류를 전면적으로 분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경제난의 원인을 제재 등 외부 환경에 돌렸던 과거와 달리 내부 개혁을 통한 경제 재건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결함을)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번 당대회가 국력 강화와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디딤점,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경제난
김정은은 ‘투쟁’ ‘승리’ 등의 단어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체제 선전과 무력 과시에 열을 올렸던 7차 당대회 때와 달리 이번 개회사에선 경제난 극복을 강조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7차 당대회에서 군청색 양복을 입었던 김정은이 이번엔 인민복 차림으로 나타난 것도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에 코로나19 사태와 수해까지 겹치면서 초유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의 극단적인 국경 봉쇄로 중국 물자 반입이 끊기면서 작년 한 해 설탕·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네 배로 급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북한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 기간인 1997년 당시 -6.5%보다도 낮은 수치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경제난을 묘사하는 용어도 ‘혹독한 격난’에서 ‘전대미문의 고난’으로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 산하 ‘비상설 검열위원회’를 조직해 4개월간 경제 실태 조사를 했다. 김정은은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해 그 진상을 빠개 놓고(드러내 놓고) 투시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북한 내부의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당대회에서 더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당대회는 7차 때와 같이 개회사→당 중앙위 사업 총화(결산) 보고→당 규약 개정→당 지도부 선거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경제 재건 대책은 당 중앙위 사업 총화 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남·대미 메시지 ‘주목’
김정은은 이번 개회사에서 대남·대미 노선 등 대외 정책 기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향해 “우리의 업적을 적대시하고 방해하려는 온갖 반동 세력들”이라고 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당 중앙위 사업 총화 보고가 마무리되면 대남·대미 관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김정은이 직접 대미 비난을 하더라도 위협 수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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