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애플 전기차'는 게임체인저 될까

입력 2021-01-07 17:23   수정 2021-01-08 00:06

애플이 2024년께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지난달 나왔다.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도 자율주행 분야 등에 상당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변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과연 자동차산업은 IT 업체들이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질의에 답하기에 앞서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독점적으로 보유한 기술 영역을 살펴보자. 자동차 제조사의 차별적 기술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엔진, 차체구조 그리고 종합성능개발(시험평가) 기술이 그것이다. 이 중 엔진 기술이야말로 회사 간 우열을 극명하게 가르는 핵심 요소기술로 꼽힌다. 오죽하면 국가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중국이 엔진 분야만큼은 독일, 일본 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전기차 쪽으로 힘을 집중하게 됐을까.

그런데 전기차는 엔진이 아예 없다. 내연기관차는 3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전기차의 부품 수는 이보다 37% 적다고 한다(일본자동차협회). 그럼 엔진 외의 차별적 기술들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차체구조나 종합성능개발 기술은 어느 정도 평준화됐고 필요하면 아웃소싱도 가능하다.

결국 전기차 시대의 핵심기술인 전동화는 물론이고 자율주행, 통신기술, 사용자 편의성 중심의 인포테인먼트같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미래핵심기술은 IT에 기반한 소프트웨어로 중심이 옮겨 간 것이다. 이제 자동차산업에서도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다.

차량 소프트웨어는 전자제어장치(ECU)라는 하드웨어에 담기는데, 현재로서는 70~100여 개로 분산된 ECU를 기능별로 3~5개로 통합하는 영역별 분산제어 시스템이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 3~5개의 컴퓨터가 차량 안에 있게 되고 이를 종합 관리하는 중앙시스템이 존재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영역별 분산시스템도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는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하나의 커다란 컴퓨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전용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하는 미들웨어 등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architecture) 그리고 이들 간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구성까지를 관할하는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효율화하고 선점하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다. 애플처럼 휴대폰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회사로서는 이런 전기차 분야는 매력적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다만 배터리가 과제로 남는데 애플은 배터리에 대한 기술투자를 통해 모노셀 구조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원가를 낮췄고, 안전성을 높이면서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렸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차량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차별적으로 구사할 능력을 갖춘 애플의 전기차 도전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애플이 1987년 매킨토시를 선보이면서 시작한 기술혁명은 2007년 아이폰과 운영체제(iOS) 생태계로 발전하면서, 2018년 세계 최초로 1조달러 규모의 거대기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애플이 불러올 자동차산업의 변화는 테슬라가 보여준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그들이 꿈꾸는 아이카(iCar)는 다른 차원의 운영체제를 갖출 것이며, 아이폰에서 보여 준 폐쇄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다시 한번 재현하면서 완벽한 보안시스템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애플의 폐쇄적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주행 같은 대규모 연산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전기차용 전력반도체산업도 서둘러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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