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저출산대책, 감동이 필요하다

입력 2021-01-10 16:58   수정 2021-01-11 00:23

지난해 국내 인구가 1962년 인구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발표에 새해 벽두부터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앞으로 일은 누가 하고, 세금은 누가 내고, 병역은 누가 맡을 거냐”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전혀 놀랄 일도, 예상 밖의 일도 아니다. 1983년 합계출산율(2.06명)이 인구대체수준(2.1명) 밑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이미 충분히 경고됐던 일이다. 정부가 뒤늦게 2006년부터 경제 개발하듯 5개년 계획을 허겁지겁 만들어 나설 때도 결과는 대충 짐작 가능했다. 150조원에 달하는 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결과는 참담하다. 답답하고 안타까워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불임부부 지원부터 나서라
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 예컨대 난임부부 지원사업 같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006년 ‘불임부부 인공수정 시술비 지원사업(해맑은 엄마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그 직전해 합계 출산율이 1.08명까지 떨어지며 인구 위기론이 컸다. 본지는 삼성코닝정밀 인구보건복지협회 등과 손잡고 정부보다 먼저 난임부부 시술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296쌍이 시술비를 지원받아 48쌍(16.2%)이 임신에 성공했다. 이형탁(당시 48세)·김재심(41세) 부부가 이듬해 9월 23일 첫 아이 주현이를 낳고 기뻐하며 울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씨 가족 스토리는 지면에 소개되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씨 부부 같은 난임부부가 지금도 전국에 15만~20만 쌍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고생 끝에 낳은 아이가 전체 출산아의 6% 이상이다. 그러나 한 차례 시술에 300만원이 넘는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부부도 많다.

정부 지원은 선별적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소득이 중위소득 180% 이하이고, 산모 나이가 44세 이하여야 한다. 지원 횟수도 10회 이내로 제한된다. 한방 시술은 전액 자비 부담이다. 지원도 쥐꼬리만큼이다. 지난해 약 200억원이 배정됐다. 청년 해외취업 지원정책(424억원), 대학 인문역량 강화(425억원) 등 ‘무늬만 저출산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장에선 “첫째 아이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정부가 제한 없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다.
정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출산 후 지원도 선제적이고 과감해야 한다. 2006년 캠페인 당시 본지가 전문기관과 함께 취학 전 아동 보육비 전액 지원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계산했더니 4조원이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예방 차원에서 투입할 만한 규모였다. 그러나 정부는 저출산 예산을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찔끔찔끔 쪼개기에 바빴다. 감동은 사라졌고,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연애·결혼·출산 포기자들에 대한 대책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조사에 따르면 비혼·출산 포기 확산의 배경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일자리, 주거, 교육 등 현실적인 부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비혼 선호 추세를 당장 바꾸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주거 등의 문제는 다르다. 지금 같은 시장개입형 정책을 시장친화형으로만 바꿔도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이달 내 범정부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또 만든다고 한다. 감동 없는 정책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대답 없는 메아리와 같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감동 정책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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