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하나도 사치였던 이민자 소년…시총 54조 '배달의 황제'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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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0 17:55   수정 2021-02-09 00:32

햄버거 하나도 사치였던 이민자 소년…시총 54조 '배달의 황제'로 거듭나다


미국 1위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쉬는 올해 36세의 나이에 억만장자가 됐다. 지난달 9일 도어대시가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다. 상장 첫날 도어대시 주가는 공모가(102달러) 대비 85.79% 폭등했다. 지난 8일 기준 시가총액은 495억달러(약 54조540억원)로 포드자동차(351억달러), 델타항공(252억달러)을 웃돈다. 쉬 창업자가 보유한 도어대시 지분(약 5%) 가치는 25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창업 7년 만에 ‘상장 대박’의 꿈을 이룬 젊은 창업가의 성공 비결에 월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서
쉬 창업자는 2세대 중국계 미국인이다. 1985년 중국 난징에서 태어나 4세 때인 1989년 부모님을 따라 미 일리노이주 섐페인으로 이주했다. 당시 부모님 수중엔 수백달러가 전부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어머니는 동네 중국 음식점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아버지는 일리노이대에서 항공공학과 응용수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어서 수입이 거의 없었다. 쉬 창업자는 “연방정부의 보조 프로그램에 의존해 살아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며 “맥도날드 햄버거도 우리 가족에게는 사치였다”고 회상했다.

생활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그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쉬 창업자는 미국 명문대인 UC버클리에서 산업공학 학사,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쉬 창업자는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친구들과 도어대시를 창업했다. 스탠리 탕, 앤디 팡, 에반 무어 등 세 명이 공동 창업자다. 이들은 2012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일대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벌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달 주문은 밀려드는데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는 마카롱 가게 매니저의 말이 힌트가 됐다. 대도시와 달리 당시 팰로앨토에서는 배달을 하는 음식점이 거의 없었다.

이들은 곧장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지역 내 8개 식당의 메뉴를 PDF 파일 형태로 올리고, 자신들의 휴대폰 번호로 주문을 받았다. 2013년 1월 도어대시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쉬 창업자는 “처음엔 우리가 직접 음식 주문을 받고 배달을 뛰었다”며 “낮에는 학생, 밤에는 배달부였다”고 했다.
온디맨드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
도어대시는 편리한 서비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름을 알렸다. 창업 첫해 와이콤비네이터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합류해 자본금으로 12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트위치 등을 키워낸 ‘창업 사관학교’로 불리는 곳이다. 이듬해엔 벤처캐피털 등에서 2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전이었음에도 당시 도어대시는 실리콘밸리와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만 1000개 넘는 식당의 음식을 배달했다.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쿼이아캐피털,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25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처음 받은 2018년 도어대시는 경쟁사인 그럽허브, 우버이츠에 한참 뒤처져 포스트메이츠와 4위 경쟁을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유 고객 약 1800만 명, 시장점유율 50%의 1위 회사로 성장했다. 우버이츠와 그럽허브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6%, 16%로 쪼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쉬 창업자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적중했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 초기 쉬 창업자는 음식점 주인들의 동의 없이 웹사이트에 메뉴판을 게시했다. 동의를 구하려고 하면 다짜고짜 거절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객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메뉴판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후 거센 항의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식당 주인들도 도어대시를 활용하면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쉬 창업자는 설명했다.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2019년 도어대시는 기술 전문기업 올로와 함께 음식점에서 주문을 바로 접수하고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덕분에 음식 주문부터 배달 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분으로 단축됐다. 시장조사업체 어테스트의 테일러 리버트 수석 콘텐츠마케팅담당은 “도어대시는 기술 투자에 집중해 꾸준히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경쟁사와 달리 교외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 차별화 전략도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쉬 창업자는 도어대시가 단순한 음식 배달업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수요자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주문형)’ 유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이유다. 이미 물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릭쇼, 고급 식당 전문 배달업체 캐비어,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스코티랩스를 인수했다. 2019년엔 공유 주방인 ‘고스트 키친’을 열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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