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투석환자 "제발 치료 좀"…병원서 줄퇴짜

입력 2021-01-10 17:57   수정 2021-01-11 00:35

15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씨(76)는 지난해 10월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해외에서 입국한 그는 방역지침에 따라 2주간 경남 진주의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했는데 귀국 후 사흘간 투석 치료를 받지 못했다. 신부전증 환자는 1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하면 체내에 요독이 쌓여 호흡곤란, 장기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A씨는 “진주 내 병원 수십 곳에 연락해도 ‘감염 위험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며 “뒤늦게 겨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소와 시도 A씨에게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신부전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신부전증 환자를 위한 투석 전담 병원이 별도로 없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은 물론 공공의료기관도 자가격리 중인 투석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투석 환자는 2019년 기준 10만 명 수준이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환자 요청으로 민간 병원에 치료를 요청하면 ‘왜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냐’고 반발하는 일이 많다”며 “전국 공공의료기관 11곳 중에 자가격리 환자가 투석실을 의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했다.

지정 병원이 없다 보니 환자들은 수십㎞로 떨어진 병원으로 ‘원정 치료’를 가기도 한다. 경기 평택에 사는 B씨는 주변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자 2주 동안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방역 택시를 이용한 탓에 하루 택시요금으로 24만원을 썼다. 그는 “병원에 데려다줄 보호자가 없는 환자는 이동 수단이라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만성신부전 환자는 55명으로,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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