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에 속았다"…정부 믿었던 무주택자들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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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2 10:08   수정 2021-01-12 15:15

"분양가 상한제에 속았다"…정부 믿었던 무주택자들 '날벼락'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싸질 거라고 사기를 쳤네요. 더 싸질테니 의무거주도 길게 했는데 말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재건축 급등의 신호탄이네요. 결국 강남부자들만 좋겠어요", "정부 말을 믿고 집을 판 사람은 전세집을 전전하며, 팔았던 집이 두배 세배를 되는 것을 보고 울화병에 잠못 이룹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공시지가 상승으로 되레 분양가가 올라간 결과가 나오면서 각종 부동산 카페와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하는 분양가보다 5~10% 더 낮아질 것이라는 발표만 믿고 무주택을 유지하면서 점수를 쌓고 있었던 예비 청약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분양가가 오르게 되면, 특별공급분이 없어지거나 대출 제한선에 걸려 사실상 '무주택 현금부자'의 차지가 되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3.3㎡당 5668만원 '사상 최고가'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를 3.3㎡당 5668만6000원에 승인 통보했다.토지 평가액 4200만원에 건축비 1468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지난해 7월 HUG로부터 받은 3.3㎡당 4891만원 보다 약 16% 오른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5000만원을 처음으로 넘긴 동시에 사상 최고 분양가가 됐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작년보다 2억5000만원 이상 올라 20억원에 가까운 분양가가 나올 전망이다. 일반분양 중 가장 작은 규모인 전용 40㎡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게 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면 특별공급이 배정되지 않는다. 3년 의무거주에 10년간 전매제한을 받지만, 주변 시세대비 반값에 책정됐다. 서민들은 접근조차 못하고, 무주택 현금부자들이 가능한 이른바 '황제청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았음에도 분양가가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의무거주 기간을 늘린 것도 의아한 상황이 됐다. 공시지가 반영률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라는 지적에 국토부는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택지비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하되,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감안하여 보정한다"며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택지비 감정평가액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베일리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가산비가 상당액 반영됐고, 최근 주변 집값상승에 따른 지가상승분도 일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해 서울 내 주요 조합들에서는 논쟁이 붙었다. 지난해 정부의 예고만 믿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서둘러 분양했던 조합 내에서는 '추가분담금'을 놓고 말이 나오고 있다. 분양을 앞둔 조합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분양가 상한제의 압박에서 벗어난데다 분담금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봐서다.
둔촌주공 기다리다 '날벼락'…특공 줄고 대출제한도 받을 듯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재건축 아파트들의 매물호가는 상승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에 나와 있는 매물 일부는 호가가 올랐다. 전용면적 84㎡의 매물호가는 24억5000만원으로 하루 새 1억원이 오른 매물도 있다. 대치동의 A공인중개사는 "매물은 크게 줄거나 늘지는 않았는데, 호가는 오르고 있다"며 "아무래도 원베일리 영향으로 재건축이 다시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 최대 재건축 단지가 될 강동구 둔촌주공 또한 들썩이기는 마찬가지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토지 감정평가 등 일반분양을 위한 사전 절차가 상당히 많이 남았다. 조합 내에서는 3.3㎡당 적어도 3700만원 이상의 분양가가 가능하고, 일부에서는 4300만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해 HUG가 제시한 분양가(3.3㎡당 2978만원)와 비교하면 24~44%까지 분양가가 뛸 것이라는 추측이다.

문제는 둔촌주공 일반분양을 기다리고 있었던 무주택 예비 청약자들이다. 분양가가 올라가면 소형면적도 중도금 집단대출을 제한받는 9억원을 넘을 수 있어서다. 둔촌주공의 일반분양분은 4786가구로 전용면적별로 39~84㎡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물량이 많다보니 특별공급을 비롯해 가점을 쌓으면서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많은 아파트였다. 하지만 전용 59㎡의 경우 분양가를 3.3㎡당 37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총 분양가가 9억원이 넘게 된다. 특별공급분이 사라지고 일반공급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제한을 받게 된다.

내 집 마련 관련 카페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를 눌러봤자 로또 아파트만 양산될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당첨이 어려울 뿐더러 자금사정도 불가능하다는 호소다. 재건축도 분양가가 상식적이어야 공급이 늘어날텐데 되레 분양가가 올라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급기야 청와대에 장문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11일 '무너져가는 무주택자, 분양가 상한제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이 이 청원은 정부를 믿었다가 무주택자로 남은 울분이 담겨 있다.
정부 믿고 기다렸던 무주택자들 '울분'
청원인은 "부동산 정책은 정치가 아니라 기본권이다"라며 "표을 의식한 수많은 특공들로 청약 정책을 난도질 해놨다. 일반분양은 인내하면서 기다린 기나긴 시간을 도둑 맞았다"고 주장했다.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패닉에 빠졌다. 근로소득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집값에 소위 '영끌'로 집을 산다"며 "인생을 집에 담보 잡히고 있다. 이들은 투기꾼인가? 영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자기를 사지로 내몰면서도 최소한의 주거권을 갖고자 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끌할 돈도 없는 나 같은 무주택자는 이제 어떠한 선택도 못한다"며 "집이 없는 국민들은 진보의 편이 아니다. 진보적인 정책으로 기본권을 보장받고 싶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또 "진보는 어느 정당과 정부가 가지는 명분이 아니다.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추가하는 가치이다. 그 가치를 훼손하고 반대한다면 진보라는 이름을 내려 놓으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하고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첫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문제는 국민 주거, 민생 안정 등 측면에서 가장 시급하므로 최대한 조속히 안정화되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달라"며 "지난 8·4 대책에서 발표한 공공 재건축·재개발 집행 점검과 다양한 주택공급방안 마련 등에 속도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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