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인이 사건' 반복되는 이유는

입력 2021-01-12 17:35   수정 2021-01-13 00:59

아동학대 사건은 왜 반복될까.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을 거둔 ‘정인이 사건’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관련 기관들의 ‘책임 미루기’다. 피해아동이 사망하기 전까지 세 차례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으로 책임이 분산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 정인이는 매번 가해자가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예산의 70%가량을 벌금·복권 수입에 기대고 있는 아동학대 예산 구조도 개선해야 할 지점으로 지목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총 546억2300만원 규모다. 이 중 52.6%는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15.8%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에서 충당한다.

매년 들쭉날쭉한 벌금·복권 수입이 줄면 아동학대 예산도 늘어나기 힘들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벌금의 8%씩 떼서 적립한다. 그런데 2015년 1조3490억원이었던 벌금수납액은 2019년 1조835억원으로 줄었다.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신하는 제도 등으로 벌금수납액이 앞으로 크게 늘어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나 복권기금에서 아동학대 예산으로 투입되는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매년 전년 벌금·복권수입을 반영해 위원회가 결정한다. 다른 소외계층 지원사업과 경쟁해야 한다.

물론 세수 여건이 전례 없이 팍팍한 데다 예산만 늘린다고 아동학대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금 수입이 부족할 경우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전입을 통해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벌금·복권수입이 아동학대 예산의 1차적인 상한선 역할을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벌금·복권기금 수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크게 늘기 어려운 구조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예산의 ‘면접관’ 역할을 하는 국회 소관위원회가 분산돼 있어 행정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런 와중에 앞으로 쉼터가 필요한 학대피해아동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학대 신고가 1년 이내에 두 번 접수되면 부모와 아동을 긴급 분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쉼터는 포화상태다. 학대피해아동 쉼터 76개소의 정원은 600명 남짓이다. 2019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 건이 넘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뒤늦게 “아동학대 예방·대응 예산의 담당 부처 일원화에 대해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생후 16개월 만에 아까운 숨을 거둔 정인이는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 사건은 왜 반복될까’ 묻는다. 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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