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라벨 'OUT'…식품사도 ESG 경영 바람

입력 2021-01-13 17:12   수정 2021-01-14 02:23

지난해 매일유업에 몇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액상발효유 엔요에 붙어있는 쓰지 않은 빨대가 들어 있었다. 요구르트 병에 플라스틱 빨대가 부착돼 있는데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과 함께 였다. 매일유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필로 “빨대 없이도 마시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매일유업은 이후 엔요를 포함해 전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엔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편의점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매출이 소폭 증가하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친환경=매출 상승 통했다
‘쓰레기 제로’를 외치는 친환경 경영이 식품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환경을 생각하는 식품기업이 곧 좋은 먹거리를 제조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으로 이어지며 매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출시한 라벨 없는 생수 아이시스 ECO는 1년간 약 1010만 개가 판매됐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지난해 1~11월 아이시스 일반 제품의 매출이 10% 이상 하락한 반면 아이시스 ECO는 나홀로 매출이 늘었다.

장수 브랜드인 양반김도 환경 친화 경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2019년 국내 조미김 연간 판매량은 6억5000만 개 이상으로 여기서 나오는 플라스틱 무게를 환산하면 약 3055t에 이른다.

동원F&B는 지난해 8월 조미김 포장에 수십 년간 사용해온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다. 국내 조미김 포장 최초로 레이저 커팅 필름을 도입해 김을 뜯을 때 조미김이 함께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 패키지는 온라인에서 10~20대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 5개월간 250만 봉이 판매됐다. 동원F&B는 에코패지지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친환경 투자와 아이디어 싸움
식품업계는 포장재에 민감하다. 먹거리 안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환경만 생각해 무조건 포장재를 줄일 순 없다. 기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햇반 제품의 플라스틱 두께를 과거 1.3㎜에서 0.7㎜로 줄였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40% 이상 감소했다.

오리온은 2018년부터 118억원을 투자해 잉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인쇄 기술을 적용했다.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인 SPC팩은 지난해 5월 빵과 식품을 감싸는 포장 비닐에 친환경 인쇄 기술을 접목해 녹색전문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파리바게뜨, SPC삼립 등 계열 브랜드 전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빙그레는 동종업계 최초로 떠먹는 요구르트 요플레 컵에 탄산칼슘을 혼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연간 1000억원어치가 팔리는 바나나맛우유 용기도 리사이클링 플라스틱을 약 35% 사용 중이다.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단지 세탁소’를 열어 다 먹은 음료 용기를 씻어 배출하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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