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그럴듯한 가짜뉴스에 속는 당신, 문제는 편향

입력 2021-01-14 17:38   수정 2021-01-15 02:46

한때 한국을 뒤흔든 ‘X진요’ 사건이 있었다. 미국 명문대에서 쌓은 화려한 이력으로 유명한 가수의 과거를 의심하며 그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던 사람들. 당사자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하고 관련 증거를 내놓아도 그들은 믿음을 접지 않았다. 몇몇 종교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거대 조직의 음모이고 역학조사가 자신들에 대한 탄압이라는 음모론을 퍼트려 방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제랄드 브로네르가 쓴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특성이 도리어 시민을 ‘잘 속는 사람’으로 만들고, ‘믿는 것’과 ‘아는 것’이 뒤엉켜 진실을 가리는 현실을 분석한다. 프랑스어판이 처음 나온 것은 2013년. 저자의 지적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들은 알 권리, 말할 권리, 결정할 권리를 쟁취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공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한껏 꽃피워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가짜뉴스는 메신저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 나가고, 사실보다는 이면의 음모론이 더 큰 흥미를 끈다. 각각은 형편없는 근거일지라도 되는 대로 끌어모아 밀푀유 케이크처럼 켜켜이 쌓으면 그럴듯한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이 많은 게 다 거짓일 수는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을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라 부르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믿는 것이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꼬집는다.

이 같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음모론이나 가짜뉴스에 동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작동하는 우리의 편향을 제대로 알고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대신 진정한 ‘지식의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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