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매도, 은성수가 결자해지하라

입력 2021-01-17 16:51   수정 2021-01-18 00:11

주식 공매도 재개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찬성 쪽은 “증시 과열 얘기가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풀 타이밍이다. 마냥 이대로 놔둘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대 쪽은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내몰릴 것이다. 동학개미의 투자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동학개미의 표 계산에 복잡하다. 여당은 반대쪽에 가세하고, 야당은 증권당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맞선다. 정치 이슈로 번지자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된다”고 예고했던 금융위원회도 움찔하고 있다.

찬반양론 모두 일리가 있다. 지난해 상승률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데는 동학개미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공매도 금지가 수급과 투자심리 안정에 보탬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단기 충격이 올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 동학개미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품 걷어내야 증시상승 지속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이고, 주가는 기업의 본질가치에 수렴한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공매도 허용으로 증시가 폭락한다면 거품이 끼어 있다는 방증이다. 거품이 커지면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작은 거품부터 걷어내야 제2, 제3차 동학개미 운동이 이어지고 외국인에게 ‘빼앗긴 들’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초 개인들은 부나방처럼 코스닥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닷컴 버블’ 붕괴로 큰 상처를 입고, 20년간 증시를 외면하고 말았다. 이런 슬픈 역사가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연일 증시 과열과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를 경고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을 틀어막고 있다. 돈줄을 차단할 게 아니라 공매도부터 재개하는 게 순리다.

게다가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없다. 미국 독일 일본은 코로나 사태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몇몇 나라는 지난해 3~4월 한시적으로 금지했다가 재개했다. 아직 ‘이머징 마켓’에 머물고 있는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로 평가받으려면 공매도 허용은 기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는 개인에게 불리한 현행 규정을 개정하고, 단계적으로 허용하면 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직(職)을 걸고서라도 소신껏 나아가야 한다. 정치권에 굴복하면 거품을 방조하고, ‘폭탄 돌리기’를 했다는 오명을 남길 것이다.
110조원 대출유예도 '시한폭탄'
폭탄 돌리기는 공매도만이 아니다. 코로나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의 원리금 납부 유예 조치도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한폭탄이다. 총 324만 건, 110조원 규모에 이른다. 6개월 단위로 두 차례 만기 연장돼 오는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금융위는 더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영업 상황이 더 악화된 만큼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은행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언젠가는 ‘링거 주사’를 떼야 한다.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상당수 자영업자는 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링거를 떼는 순간 한꺼번에 부실이 터져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금융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자 유예 조치라도 중단하는 등의 세심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공매도 금지, 대출금 상환유예 등의 선제적 조치로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거품과 폭탄이 더 커지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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