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코로나가 앗아간 친정 방문의 꿈

입력 2021-01-17 18:10   수정 2021-01-18 00:04

10여 년 전 한 모임에서 우리나라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의 어려운 사연을 들었다. 친정의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잠시라도 찾아뵙고 싶은데 막막하다는 사연이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며칠이 지나도록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친정을 다녀오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분들을 위한 ‘다문화 가정 친정 보내주기’ 자선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몇 년간 이 행사를 통해 151가구 508명을 고향에 보내주게 됐다. 물론 많은 분이 도움을 줘 가능한 일이었다. 항공회사에서는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해 줬고, 표를 사면서 남은 잔돈은 저금통에 주고 간 분들의 도움도 있었다.

어느 모금행사 날, 고향을 방문하게 된 분이 감사의 편지를 서투른 우리말로 더듬더듬 읽었다. 100여 명이 모인 행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한 맺힌 한 가족을 상봉할 수 있게 해준 사연은 작은 정성에 비해 너무 큰 성과였다. 아마도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이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8년 동안 계속되던 행사가 중단됐다. 모금행사도 못 했고 비행기표를 구하기도 어려웠으며 또 그 나라에 도착하면 2주간 격리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행사로 대신했다. 모금행사는 취소했지만, 그간 힘을 보태주던 많은 분이 도와줘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에 고향 방문을 기대했던 분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먼 이국땅에서 그동안 어렵게 살아온 이들에게는 작은 희망이기도 했는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지 못하게 했고, 자칫 오랫동안 계속돼온 이런 아름다운 행사와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도 중단되는 상황이 됐다.

‘KOREAN’이 돼 보다 잘살아 보려고 두려움 속에 시작한 이국땅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어 많이 고민한다는 말속에 숨어 있는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라고 강하게 토해내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도 가족을 그리워하고 만나야 하는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올해 말쯤 코로나19 종식을 예견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우리나라도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돼 중단된 행사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또한 더 많은 분이 새로운 삶을 찾아 우리나라에 온 ‘KOREAN’과 그들의 가정에 대한민국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데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급난지풍(急難之風)의 자세와 사회적 배려를 통해 화합된 한 해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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