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 [허란의 해외주식2.0]

입력 2021-01-18 07:00   수정 2021-01-18 07:34

<i>※'허란의 해외주식2.0'은 파괴적인 혁신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에 연재되며, 유튜브채널 '주코노미TV'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i><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과연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100년 가까이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군림했던 제너럴모터스(GM)의 변신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GM은 '세계 가전·IT 전시회(CES) 2021'을 통해 전기차와 전자상거래시장을 모두 노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맡아 배송용 전기트럭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을 새로 공개한 것인데요. 이에 주가는 장 초반 8.5%까지 급등하며 시장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GM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했다가 2010년 뉴욕증시에 재상장했습니다. 당시 미국 자존심의 회복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광폭행진에 다시 한번 미국 1위 자동차 회사 GM은 자존심을 구기게 됐는데요. GM은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탈환의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GM이 이번 CES에서 보여준 전기차 미래 비전은 성공할까요? 전통차 업체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았지만 그럼에도 투자매력이 여전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왜 배송용 전기트럭인가?

GM이 지난 12일 CES 2021에서 새롭게 선보인 배송용 전기트럭 브라이트드롭은 EP1 전기팔레트와 EV600 밴으로 구성됩니다.

EP1은 바퀴 달린 물류박스처럼 생겼습니다. 물류창고에서 배송차량까지 물건을 옮기는 역할은 물론, EP1 자체가 차량에 차곡차곡 실렸다가, 다시 차량에서 집 앞까지 이동하는 단거리 도심셔틀 기능도 하게 됩니다. 200파운드, 즉 90kg까지 물건을 옮길 수 있습니다.

EV600은 한번 충전으로 250마일(400km)까지 이동이 가능한 전기차 밴입니다. GM의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인 얼티엄이 적용됩니다. 올해 연말까지 페덱스에 500대 초도 물량이 인도될 예정입니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이미 여러 고객들이 의향서를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GM은 전기차 만이 아니라 고객용 소프트웨어 툴도 개발했습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EP1의 위치를 추적하고, 최선호 운송루트를 제공하며, 배터리 상태 확인, 원거리 잠금 제어장치 등 차량관리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GM은 왜 배송용 전기트럭을 겨냥했을까요? 팬데믹 영향으로 미국의 배송 및 음식배달 시장은 2025년까지 8500억달러 이상 커질 것으로 GM은 내다봤습니다. 또 테슬라가 진입하지 않은 시장이기도 하고요.

상용차 분야는 리비안, 어라이벌, 카누 등 스타트업이 뛰어들었으며 특히 GM의 경쟁사인 포드가 먼저 선전포고를 한 시장입니다. 때문에 이번 GM의 브라이트드롭 발표로 포드가 가장 긴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GM의 EV600은 포드가 준비 중인 E트랜짓보다 두 배 가량 더 큰 상업용 밴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라이트드롭 CEO는 스카이스캐너, 트립닷컴 CEO를 맡았던 트래비스 카츠가 맡았습니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가 로보택시 사업을 준비 중인 것과 달리 자체 차량을 운영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전기차 밴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항공 모빌리티도 공개

GM은 지난해 CES에선 자율주행차 크루즈를 선보였는데요. 올해는 미래자동차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공 모빌리티 보틀(VTOL)과 캐딜락 헤일로 포트폴리오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보틀은 GM이 선보인 첫 번째 비행 모빌리티입니다. 헬리콥터존이나 지붕에서 이착륙하기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전동 모터의 출력은 90 kWH입니다.

현대차는 한발 앞서 지난해 CES에서 개인용 비행 모빌리티를 선보였는데요. 전통차 업체들의 미래 행보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캐딜락 헤일로 포트폴리오는 외관은 자기부상 열차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내부는 둥글게 마주보는 좌석 배치로 모임이 가능한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LG와 함께 만든 차세대 배터리

메리 바라 CEO가 CES 2021 기조연설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사업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얼티엄 배터리 시스템입니다. 얼티엄 설계는 배터리셀을 좁은 공간에 수직으로 촘촘히 세워 6,8,12,16개의 배터리를 수평으로 쌓아 배치할 수 있는 모듈 방식입니다. 확장가능하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GM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위대한 기업과 얼티움 배터리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얼티엄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계열로 셀 내 코발트 함량을 70% 줄이고 니켈 비중을 확대했습니다. LG화학과 23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를 설립해, 지난해 5월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완공할 예정입니다.

올해 말 인도될 예정인 GMC 허머 전기트럭에 처음으로 얼티엄 배터리 팩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고객경험 서비스 공략

CES에서 눈길을 끈 것은 GM의 전기차만이 아니라 고객 경험 서비스 분야입니다.

GM은 얼티파이(Ultifi)라고 이름 붙인 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모바일로 실시간 배터리 확인, 충전 등 차량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GMC 리워즈로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있고, 결제도 가능합니다. 엔터테인먼트, 개인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고요.

GM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자동차 보험서비스도 재개했습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온스타'를 통해 수집한 운전자 및 차량정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테슬라도 2019년 자체 자동차 보험을 내놓았는데요, 전기차만큼이나 성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볼트는 2월에 공개

이날 CES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특히 기대했던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계기판과 핸들만 살짝 나왔는데요, 핸드프리 운전 지원시스템인 ‘슈프크루즈’를 적용한 모습만 보여준 셈이죠. 슈퍼크루즈를 적용한 쉐보레 볼트 2종은 다음달 공개될 예정입니다.

2017년 리뉴얼된 쉐보레 볼트는 ‘LG차’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인데요. LG전자의 전기모터, 인포테인먼트, LG화학의 배터리 등 전체 구성품의 87% 가량을 LG 계열사가 공급하고 있어섭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GM이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볼트 차량 6만9000대를 화재위험을 이유로 리콜을 했죠. 코로나에 리콜 사태까지 겹치면서 볼트 신종 모델 공개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은 환호

CES 2021에서 GM이 보여준 전기차의 미래에 시장은 일단 환호했습니다. GM 주가는 배송용 전기트럭이 공개된 12일 6.24% 급등한 47.8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후 역대 최고치인 51.87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8일 현재 48.97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최저 27달러, 최고 72달러입니다. GM 주가는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8.29배 수준입니다. 역사적 평균은 5.9배로 2017년 PER은 8배까지 올랐습니다.

GM의 최근 3개월 주가 상승률은 48%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21일 공개된 전기차 픽업트럽 GMC 허머는 1억300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10분만에 사전 예약 물량이 완판되며 화제가 됐는데요.

이후 11월엔 메리 바라 CEO가 2025년까지 30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중국과 미국에서 연간100만대를 양산할 것이란 비전을 선포했죠. 테슬라라는 이름만 밝히지 않았을 뿐, 정확하게 테슬라를 겨냥한 시장 탈환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S를 앞두고 새로운 로고 디자인과 모두의 전기차라는 의미의 EVerybody in 슬로건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GM의 이 같은 전기차 행보에 따라 주가는 상승한 셈입니다.
구관이 명관?

사실 월가에서는 GM의 112년 브랜드가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돼 왔습니다.

GM은 1908년 윌리엄 듀런트가 창립한 미국 1위 자동차 회사입니다. 캐딜락, 뷰익, 쉐보레, GMC, 우링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 글로벌 최대 자동차 제조사였지만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하며 미국 1위 자동차 업체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후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는데요. 때문에 여전히 픽업트럭과 대형 SUV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죠.

하지만 GM은 픽업트럭의 강점을 살려 전기차 허머가 공개하고, 배송용 전기트럭까지 선보였습니다.


전통이 깊은 캐딜락의 전기차 모델 리릭을 보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2022년 출시 예정인 캐딜락의 첫 순수 전기차 리릭(Lyriq)의 기본가격은 테슬라의 모델X보다 낮은 기본가 7000만원 이하로 알려졌습니다.

전통차업계 도전과제

지난 10년간 완성차 업계를 이끌어 온 것이 SUV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전기차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GM의 신규 전기차가 이미 1위를 점하고 있는 내연기관 SUV 시장을 뺏는 구축효과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GM은 전기차 시장에서는 다른 전통차 업체들보다는 한발 뒤졌지만 약진하고 있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9월 77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판매순위에서 GM그룹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6위로 순위를 높였습니다. 1위는 테슬라, 2위는 폭스바겐그룹, 3위 르노-닛산-미쓰비시, 4위는 현대기아차 순입니다.

시장조사회사인 ID테크엑스는 전기차가 2030년까지 전체의 20%, 2040년까지 80%를 장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20년 안에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거죠.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자율주행 및 전기차 분야에 2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상당합니다.

전통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테슬라 같은 새로운 전기차 업체는 과거에 묶여 있는 계약이나 연금 의무, 노동조합, 오랜 경영문화를 갖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투자금까지 확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에겐 전통차가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 제조 노하우, 업계 네트워크가 없을 뿐입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 저감정책은 전통차 업체에는 또 하나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경제회복 수혜 기대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시장 1위 GM에 투자할 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동차 시장은 연간 3500조원 규모로, 600조원 규모의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더 큰 시장입니다. IBIS월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시장 규모는 3조7000억달러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할 전망입니다. GFK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시장 규모는 5220억달러고요.

올해 미국의 경제회복이 생각보다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제조업 중에서도 시장규모가 큰 자동차 산업에서 성장이 뒷받침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 시장 1위인 GM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여기에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시대에선 시장 자체가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연간 판매량 8000만~9000만대에 정체돼 왔던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1억대를 돌파하고 시장이 대폭 커질 경우, 테슬라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까요? 후발주자인 전통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만 확보한다면 각사가 가져갈 파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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