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정보는 자기 것이라는 착각이 이루다 사건 초래" [신현보의 데담]

입력 2021-01-20 10:12   수정 2021-10-01 16:4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은 글로벌 산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DT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훨씬 더 커졌습니다.

DT의 중심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자산화(asset)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화, 자동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DT 도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 5월 국내 기업 134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T 전담조직을 보유한 기업은 2.1%, DT 인력을 보유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6.2%에 그쳤습니다.

'데이터人'은 국내외 DT 사례를 통해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할 모습을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DT에 대해 말씀하고 싶으신 분이나 추천인이 있으면 이메일 주세요. 만나뵙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기업들은 가능한 많은 고객 데이터를 모으려고 하고, 일단 모으면 그 데이터가 자신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준 개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공짜가 아니다. '판매 교환'(Sales Exchange) 관점에서 고객에게 데이터를 받으면 '혜택'(Benefit)을 줘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혜택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줘야할 일이 있을 때 '필수'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선택'은 선택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인식, 관리 체계 등이 부족해 '이루다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 비즈니스 분야 전문가인 김경규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과 교수(전 연세대 정보대학원 원장)는 고객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기업적 차원에서 높이고, 이를 제대로 수집·관리·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를 통한 '규칙 확립'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데이터 거버넌스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최근 데이터 편향 및 관리 소홀 문제로 인해 논란이 된 '이루다 사건'은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 교수는 "제너럴 일렉트릭(GE) 헬스케어와 같은 해외 기업들은 데이터의 최초 생산자인 현업팀에서부터 2중, 3중으로 데이터 필터링 작업을 거친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통해 민감한 고객 데이터 등을 어떻게 정제한 후 활용할 지 등 전사적인 방침을 만들어둔 것"이라며 "한국은 아직 데이터 거버넌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논란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관리 '큰 그림' 필요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체계를 말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해외 기업에서는 흔히 쓰이는 말이며, 이를 위해 기업 내 '데이터 거버넌스 위원회'(Data Governance Council)를 두기도 한다. 여기서는 누가 어떤 데이터를 왜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수집 및 관리해서 보안 조치를 취해야할지, 관리 주기와 절차를 어떻게 해야할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 인적 자원 관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프로세스의 '큰 규칙'을 정하게 된다.

한국 기업에서 이러한 사례를 흔히 찾아보기 힘든 데 대해 김 교수는 "사람도 돈도 기업에게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를 각 부서가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릴 인사팀과 재무팀 등 조직이 있는데,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낮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통제하는 조직을 두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AI·머신러닝 없이 비즈니스를 논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를 잘하려면 결국 기계가 학습할 데이터가 중요한데, 데이터의 품질·이용가능성 등이 중요하다. 기계가 예측하기에 데이터 프로세스가 떨어지면 예측이 엉망이 되고,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터센터 설립? 프로토타입이 먼저
데이터 거버넌스의 시작점은 프로토타입 개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의 데이터 비즈니스는 해외 성공 사례들과 접근 방식이 반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나 미국 신용보증기관인 에퀴팩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제대로 된 조직 준비에만 2~3년이 걸렸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 빅데이터 센터부터 만든다. 그걸 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데이터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부터 통합까지 '밑작업'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단순하게 접근했다가는 데이터 전처리 및 통합에만 진을 빼기 일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격언 중에 '생각은 크게 하고, 시작은 작게 해라'는 말이 있다"며 "한번 실패하면, 그 회사에서 3년 내에 같은 얘기를 못 꺼낸다"라며 한국의 조직 문화 특수성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그는 '555규칙'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를 잘 만질 사람 5명을 꾸려 효과를 보여줄만한 프로젝트 5개를 뽑는 작업을 5주 안에 해내야 한다"고 했다. 이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성과를 보이면 그때 데이터센터를 만들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데이터 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알맞는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다이나믹 프로세스'를 추구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도, 예측대로 안 된다. 소비자나 경쟁업체 등 환경이 바뀌면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는 다이나믹 프로세스를 실천하기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제는 클라우드 환경 발전으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실시간 대응 전략도 가능해지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 전쟁, 이미 시작됐다
데이터의 잠재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에 대해서도 '시간의 문제'라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이미 기업 간 데이터 경쟁은 시작됐기 때문이다.

향후 데이터가 기업 내 기본적인(Foundational)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확답했다. 그는 "앞으로는 결국 누가 더 고객을 잘 이해하느냐의 싸움인데, 이는 곧 누가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흔히 아마존 알렉사, 헤이 구글,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 등의 경쟁을 '음성 전쟁'(Voice War)이라고들 하는 데 대해 김 교수는 "음성 인터페이스 시장에 대한 전략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고객 데이터 싸움'이다"며 보이지 않는 데이터 경쟁이 치열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조업체인 GE가 GE디지털을 만들기 전에 많은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접근해왔지만, 당시 회장이었던 제프리 이멜트는 '우리 기기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다른 업체가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하겠다'며 거절했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핸드폰 완성업체와 안드로이드 간 전략적 제휴는 윈윈 전략일까? 안드로이드가 영업이익면 뿐 아니라 데이터 관점에서도 승리자"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데이터 분석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AI·머신러닝, 마술봉 아냐

하지만 김 교수는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요술봉'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머신러닝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과 이를 요술로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CEO는 금방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는 자동차를 타기만 하니까 자동차에 대해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 않냐"며 "적어도 브레이크, 액셀, 엔진 오일 등이 무엇인지 알아야 고장이 나도 서비스센터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경영자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데이터 활용을 시스템 전반에 녹이기 위해서는 경영자 스스로 이 기술이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아닌지, 사람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해 지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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